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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석의 뉴스 저격] 탈시설 두고 서울시·전장연 충돌

    최종석 기자

    발행일 : 2023.03.03 / 여론/독자 A37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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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시설 거주 장애인' 전부 脫시설하려면 年 2700억 필요

    서울시가 지난달 21일 장애인 거주시설에서 나와 생활하는 이른바 '탈(脫)시설' 장애인 1000여 명을 대상으로 만족도 등을 파악하는 전수 조사를 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조사는 탈시설 장애인에 대한 첫 전수 조사다. 서울시 관계자는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의 출근길 지하철 시위로 전장연이 요구하고 있는 탈시설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며 "탈시설 정책의 성과와 현황 등을 살펴보려는 것"이라고 했다. 서울시는 탈시설 과정의 적정성, 탈시설 생활에 대한 만족도, 탈시설 이후 건강 상태 등을 조사해 올해 수립할 제3차(2023~2027년) 탈시설 추진 계획에 반영할 방침이다.

    하지만 전장연은 지난달 27일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조사에 반발했다. 전장연은 "서울시의 전수 조사는 탈시설을 보다 잘 이행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탈시설 장애인을 괴롭히고 표적화해 탈시설을 하려는 당사자와 지원 기관을 위축시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탈시설은 장애인 시설에서 집단생활을 하는 장애인들이 시설을 나와 공공주택이나 자기 집 등에서 살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정책을 말한다. 2007년 경기 김포의 장애인 시설인 '석암베데스다요양원'에서 터진 장애수당 등 횡령, 인권 침해 사건이 발단이 됐다. 전장연 등 일부 장애인 단체들이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서울시는 탈시설 장애인에게 최대 20년간 살 수 있는 주택과 자립정착금 1500만원, 활동지원사 인건비 등을 지원하고 있다.

    서울 장애인 13년간 1258명 탈시설

    서울시는 오세훈 시장 시절인 2009년부터 장애인 시설에 살고 있는 장애인의 탈시설 자립을 지원하기 시작했다. 이후 박원순 전 서울시장은 1차(2014~2018년)·2차(2018~2022년) 두 차례 탈시설 추진 계획에 따라 탈시설 인원 목표를 세우고 정책을 본격 추진했다.

    서울시에 따르면, 2009년 이후 작년까지 13년간 탈시설한 장애인은 총 1258명으로 연평균 97명꼴이다. 탈시설 정책에 따라 거주시설 장애인 수는 2013년 3147명에서 지난해 2007명으로 줄었다. 2007명 중 탈시설 대상이 아닌 영·유아를 제외하면 1934명이다. 같은 기간 장애인 거주 시설도 43곳에서 41곳으로 2곳 줄었다.

    전장연은 "남아 있는 시설 장애인들도 탈시설 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탈시설 정책 추진을 위한 예산 확대도 주장하고 있다. 반면 서울시는 "전수 조사를 통해 일단 효과를 검증해 보자"는 입장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그동안 10년 넘게 탈시설 정책을 추진했지만 제대로 된 효과 분석 자료도 없다"며 "이번 기회에 탈시설이 장애인을 위한 최선의 정책인지 검증해봐야 한다"고 했다.

    문제는 예산, 탈시설이 거주시설의 2배

    서울시도 탈시설을 하지 말자는 것은 아니다. 다만 예산은 제한돼 있고 장애인마다 장애의 정도나 유형이 다양한 만큼 무조건 탈시설을 할 게 아니라 거주시설과 탈시설 정책을 병행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탈시설을 하려면 장애인이 살 집을 마련해 주거나 비용을 지원해 줘야 한다. 또 시설과 달리 활동지원사가 365일 일대일로 붙어서 장애인을 돌봐야 해 인건비도 많이 든다.

    2일 국회 보건복지위 이종성 의원(국민의힘)이 서울시로부터 받은 '탈시설 비용 추계' 자료에 따르면, 장애인 한 명에게 드는 예산이 장애인 거주시설은 연간 6200만원인 반면 탈시설은 연간 1억500만~1억4100만원으로 2배가량 많다. 이를 바탕으로 추산하면 서울의 시설 장애인 1934명을 전부 탈시설 할 경우 필요한 돈은 연간 2031억~2733억원에 달한다. 이를 전국에 있는 시설 장애인 2만4214명으로 확대하면 연간 최대 3조600억원이 들 것으로 서울시는 추산했다. 이는 인구 100만명인 경기 용인시의 한 해 예산과 맞먹는 규모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올해 서울시 전체 장애인 예산은 1조3672억원으로 이 중 탈시설 예산은 293억원이다. 장애인 거주시설 운영 예산은 1088억원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탈시설 예산을 크게 늘리기 어렵다"고 했다.

    UN협약 두고 해석 다른 서울시와 전장연

    UN장애인권리협약 19조에는 '장애인은 다른 사람과 동등하게 자신의 거주지 및 동거인을 선택할 기회를 가지며, 특정한 주거 형태를 취할 것을 강요받지 않는다'고 명시돼 있다. 전장연은 이를 근거로 "UN이 장애인의 탈시설 권리를 명시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UN협약에 따라 탈시설을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다. 반면 서울시는 UN협약에 대해 "장애인의 선택에 따라 자립 생활을 할 수 있어야 한다는 뜻이지 탈시설만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해석하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탈시설 정책 때문에 오히려 중증장애인들은 탈시설이란 특정한 주거 형태를 강요받고 있다"며 "혼자 거동이 불가능하고 의사 표현을 할 수 없는 중증장애인은 탈시설 할 경우 오히려 제대로 보호받지 못할 수도 있다"고 했다. 박대성 장애인거주시설이용자부모회 고문은 "탈시설 정책으로 시설이 문을 닫아 혼자 살던 장애인이 제대로 보호를 받지 못해 욕창 등으로 숨진 경우도 있다"며 "간호사, 물리치료사 등이 돌보는 시설과 달리 탈시설은 활동지원사 한 명에게 의존해야 하는 구조라 사각지대가 더 크다"고 했다.

    하지만 박경석 전장연 대표는 "우리는 UN협약에 있는 탈시설 권고를 지키라는 요구를 하는 것인데 서울시는 자꾸 그 내용을 왜곡해 다르게 해석하고 있다"며 "혼자 살던 장애인이 안타깝게 숨진 경우도 지병이 있었기 때문으로 안다. 이를 탈시설 정책 때문이라고 할 수는 없다"고 했다.

    또 전장연은 시설에서 인권 침해 사례가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고 주장하는 반면 서울시는 "일부 시설의 사례로, 과거에 비해 시설 환경도 크게 개선됐다"는 입장이다.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시에서 발생한 장애인 학대 사례 204건 중 135건(66%)이 장애인 거주지 등 지역사회에서 발생했다. 장애인 거주시설에서 발생한 학대 사례는 16건(8%)으로 조사됐다.

    1960년대부터 탈시설 정책을 추진한 유럽과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획일적인 대규모 수용 시설은 단계적으로 줄이는 대신 지역 사회에서 소규모로 '그룹홈(소수 장애인들이 함께 살며 서로 돕는 주택)' 등을 운영하는 곳이 많다. 경기 화성에서 장애인시설을 운영하는 이기수 신부는 "선진국들은 장애인 시설을 일괄적으로 폐쇄하기보다 장애인의 선택권을 잘 보장할 수 있게 다양화하는 방식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덴마크의 경우 탈시설 장애인들이 아파트 한 동에 모여 사는 경우도 있다"며 "장애인의 선택권을 고려해 거주시설과 탈시설 정책을 병행하면서 그룹홈 등 다양한 거주 모델을 만드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했다.

    [전장연, 지하철 시위하며 이동권 보장과 '脫시설' 주장]

    시설 거주 장애인에 대한 '탈시설' 요구는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가 주도해 왔다. 전장연은 2021년 12월부터 서울 지하철에서 '출근길 탑승 시위'를 하면서 '장애인 이동권 보장'과 함께 '탈시설 예산 확대'도 주장해왔다.

    현재 서울시는 탈시설 후 3년간 장애인 활동지원사 인건비로 매년 2100만원씩 지원하고 있다. 전장연은 이를 3년 후에도 계속 해달라는 등의 요구를 하고 있다. 박경석 전장연 대표는 "지하철 시위를 통해 시민들이 '탈시설'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했다.

    전장연은 여러 장애인 단체가 모여서 만든 조직이다. 관련 단체가 전국적으로 160여 개라는 추정도 있다. 그러다 보니 탈시설과 관련된 여러 사업에 전장연 또는 전장연 관련 단체가 관여하고 있다.

    전장연은 서울시가 2019년 구성한 '탈시설 정책 민·관 협의체'에 참여해 관련 논의를 주도해왔다. 여기에는 박경석 대표뿐만 아니라 전장연 관련 단체 관계자 등도 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탈시설'에 부정적 입장인 박대성 장애인거주시설이용자부모회 고문은 "탈시설 장애인에게 활동지원사를 연결해 주는 센터 일부는 전장연 관련 단체"라며 "해당 센터들은 활동지원사들에게 센터 운영비 명목으로 25% 고율의 수수료를 받고 있다"고 했다.

    전장련 관련 단체들이 서울시의 탈시설 지원 사업을 따낸 경우도 있다. '서울시 장애인 권리 보장형 일자리 사업'은 지난해 기준으로 사업자 15곳 중 13곳이 전장연 관련 단체였다. 서울시에 따르면 이 13개 단체는 지난해 사업 전체 예산 45억5700만원 중 39억1000만원(85.8%)을 타 갔다. 탈시설 장애인들에게 일자리를 마련해주는 이 사업은 전장연이 제안해 2020년 만들어졌다고 한다.

    박 고문은 "탈시설 장애인이 늘어날수록 전장연 쪽이 더 큰 이익을 보는 구조"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박경석 전장연 대표는 "활동지원사 센터는 전장연에 일정 회비를 낼 뿐 전장연 영향 아래에 있는 산하 단체가 아니다"라며 "전장연이 센터의 이권을 챙겨주는 일은 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서울시 권리 보장형 일자리 사업'에 대해선 "아무도 받아주지 않아 일할 기회조차 없던 탈시설 장애인들에게 적합한 일자리를 마련해 준 것"이라고 했다.

    ☞탈시설

    '탈(脫)시설'은 장애인 거주 시설에서 집단 생활을 하는 장애인들이 시설을 나와 임대주택 등에서 살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정책을 말한다.

    [그래픽] 장애인 1인당 연간 예산

    [그래픽] 최근 10년 시설·탈시설 장애인 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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