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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산 고도제한 완화… "고층 건물로 재개발" "경관 해치면 안돼"

    김윤주 기자

    발행일 : 2023.03.03 / 사회 A15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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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지하철 4호선 회현역 1번 출구 앞에는 우리은행 본점과 아파트 등 높이 30층 넘는 건물이 모여 있다. 그런데 그 바로 뒤쪽은 1~2층의 낡은 주택과 3~4층 정도의 낮은 상가 건물, 좁은 골목길이 남산까지 이어진다. 고층 건물이 있는 곳은 회현정비구역으로 지정돼 최고 높이 110m까지 건물을 지을 수 있는 반면, 뒤쪽은 남산 고도지구로 묶여 높이 20m 제한이 있기 때문이다. 서울 중구 관계자는 2일 "고도지구 내 건물의 87.5%가 5층 미만"이라고 했다.

    서울 중구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남산 고도 제한 완화를 추진하고 있다. 1995년 서울시가 남산 경관 보호를 위해 고도지구로 지정한 이후 28년 만이다. 하지만 찬성 의견뿐 아니라 반대론도 나오면서 고도 제한 완화가 성사될지 미지수다. 인근 지역 주민들은 "고도 제한 때문에 재개발이 번번이 무산됐다. 좁은 골목길 때문에 사고 나기 일쑤고 집에선 녹물이 나온다"며 고도 제한 완화를 반기는 분위기다. 하지만 "남산은 서울의 중심인데 고층 빌딩을 세워 가리는 것은 옳지 않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남산 고도지구는 서울 시내에서 남산이 잘 보이도록 고층 건물로 남산을 가리지 못하게 한다는 취지에서 서울시가 1995년 지정했다. 처음에는 최고 '5층 18m'로 높이에 제한을 뒀는데 2014년 층수 제한을 없애고 12m 제한 구역과 20m 제한 구역 등으로 나누어 관리하기로 했다. 총 면적 248만㎡로 이 중 111만㎡가 중구에 속한다.

    중구는 작년 12월 '남산 고도 제한 완화 방안 검토 및 기본 구상 용역'을 시작했다. 올해 8월까지 구체적 방안을 마련한 뒤 서울시에 건의할 계획이다. 주민협의체를 꾸려 주민 여론도 모으고 있다.

    중구가 고도 제한 완화를 추진하는 것은 고도지구 내에 낡은 주택이 많고 부족한 주차장, 좁은 골목길 등 생활 환경이 좋지 않기 때문이다. 중구에서 고도 제한의 영향을 받는 주민 수는 회현동, 명동, 필동, 장충동, 다산동 등 5곳에 걸쳐 약 1만5000명이다. 중구에 따르면 이 지역은 3층 이내 저층 건물이 70.4%를 차지한다. 재개발, 재건축도 쉽지 않아 20년 이상 지난 노후 건축물은 88.5%다. 김길성 중구청장은 "규제 때문에 낡은 건물을 그대로 두는 사이 피해는 고스란히 주민들 몫이었다"며 "고도 제한을 풀고 새 건물을 지어야 한다"고 했다.

    고도지구에 사는 주민은 대부분 환영하는 분위기다. 다산동에 사는 직장인 이승종(29)씨는 "주차 공간도 없고 살기에 불편한 점이 많아 젊은 사람들은 다른 동네로 많이 떠났다"며 "골목길이 좁고 가팔라 오토바이나 차가 미끄러져 앞집 담장을 들이받는 사고도 자주 일어난다"고 했다. 중구 주민 박모(61)씨는 "수도관이 낡아 녹물이 나오는 탓에 주민들 중에서는 생수를 사다 먹거나 정수기를 쓰는 집도 많다"며 "재개발을 하려면 고도 제한 완화가 필요하다"고 했다.

    반면 서울 중심인 남산까지 고층 건물이 들어설 필요는 없다는 반대론도 나온다. 중구에 있는 직장을 다니는 정석진(29)씨는 "출퇴근 때나 점심시간에 보는 남산 경관은 일상의 소소한 즐거움"이라며 "아무리 도심이어도 남산 자락까지 아파트가 들어서면 미관상 좋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장충동에 50년 넘게 살았다는 이정주(79)씨는 "서울 시내가 다 마천루로 덮일 필요는 없다"며 "강제적 고도 제한은 풀더라도 남산 조망을 위해 높이나 층수에 지침을 주는 정도가 적당하다"고 했다.

    환경 단체도 부정적이다. 서울환경연합 최영 생태도시팀장은 "남산 경관은 멀리서 보는 것만으로도 즐거움을 주기 때문에 공공성이 강하다"며 "이미 과밀 개발 상태인 서울에서 남산까지 아파트가 들어서는 것은 과하다"고 말했다.

    고도 제한 완화 권한을 갖고 있는 서울시는 2021년 5월부터 서울 시내 고도지구 운영에 관한 용역을 진행하고 있다. 현재 서울에는 남산 외에도 북한산 주변(355만7000㎡), 경복궁 주변(118만9800㎡) 등 고도지구가 총 8곳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작년 11월 서울시의회에서 "남산 일대 고도 제한 문제를 전향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올해 11월까지 용역을 진행해 결과가 나오면 고도 제한 완화 방안을 결정할 것"이라고 했다.

    [그래픽] 남산 고도지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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