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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노련, 카카오T 반대시위한다며 1억 받아내

    곽래건 기자

    발행일 : 2023.03.03 / 종합 A1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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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8년 택시 사업자단체서 받아

    한국노총 산하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전택노련) 서울지역본부가 집회 경비 등을 마련하려고 사용자 단체에서 1억원을 받은 사실이 확인됐다. 현행법상 사용자가 노조에 금품을 제공하는 건 불법이다. 당시 전택노련 위원장은 한국노총 강모 부위원장으로 전국건설산업노조(건설노조)로부터 수억원을 받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강 부위원장은 지금도 전택노련 위원장으로 재임하고 있다. 건설노조는 한노총 산하였다가 지난해 제명됐다.

    2일 본지가 확보한 녹취록에 따르면, 지난 2019년 2월 전택노련 서울지역본부 간부 A씨는 산하 개별 사업장 노조 B위원장에게 "얘기 들으셨는지 모르겠는데 (작년) 12월 20일 집회하기 전, 의장님이 사업자 단체에 찾아가서 '위원장들이 조직 관리하는 데 돈이 필요하다"며 1억(원)을 받아오신 게 있다"고 말했다. 여기서 의장님은 당초 강 부위원장으로 알려졌으나, 강 부위원장은 "1억원은 (택시 사업자인) 당시 서울사업조합 이사장 문모씨가 전택노련 서울지역본부 이모 의장에게 준 것으로, 내가 받은 게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이어 A씨는 "일단 N분의 1로 해서 주자 해서 단사(단위사업노조)별로 45만원씩 나가는 부분이 있으니 영수증을 써 달라"고 했다. A씨는 B위원장에게 "(돈을) 노조 계좌로 받으면 된다"고 했지만, B씨는 "(돈을) 노조 계좌로 넣으면 (나중에 문제가 될 수 있으니) 안 된다"면서 개인 명의 통장으로 넣어 달라고 요구했다. 실제 본지가 입수한 B씨 개인 명의 통장 사본에는 '전국택시노동조합' 명의로 45만원이 입금된 내역이 나와 있다.

    A씨가 언급한 집회는 2018년 12월 20일 전택노련이 다른 택시 노조들과 연합해 서울 여의도에서 벌인 대규모 총파업 집회다. 카카오가 카카오T 택시 서비스를 시작한 데 이어 카풀(car pool·자가용 합승) 서비스 사업까지 진출하려 하자 이를 저지하려는 목적이었다. 전택노련과 전국민주택시노조연맹, 전국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등 택시 관련 단체 4곳이 택시 비상대책위원회를 조직하고, 카카오 카풀 서비스 저지 투쟁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택시 기사 최모씨가 분신 사망하는 등 사건이 잇따라 상당한 사회적 파문이 일기도 했다.

    현행 노조법은 최소한의 사무실 제공 등만 허용할 뿐, 사용자가 노조에 운영비 등을 지원하면 '부당노동행위'로 형사처벌하도록 돼 있다. 노조 자주성을 보장하고, 사측 부당한 개입을 막는다는 취지다. 하지만 사용자와 노조 간 거래가 이뤄진다 해도 양쪽에서 모두 입을 닫으면 외부에서 알기 어렵기 때문에 이 같은 노사의 부당한 야합이 묻혀 넘어가기 십상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노동계 인사들은 "이런 (노조법 위반) 부당 지원이 현장에선 공공연히 이뤄지는 비밀 아닌 비밀"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이번 금품 거래는 택시 사업자와 노조 간 이해관계가 일치했기 때문에 더 수월하게 이뤄졌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모 의장은 "문씨에게 1억원을 받았다"고 시인했다. 노조가 사용자 측에서 금품을 받았다는 건 현행법상 불법인데 이를 자인한 것이다. 강 부위원장도 "그 돈으로 집회 때 물이나 방석 등을 산 것으로 안다"고 했다. 돈을 준 것으로 지목된 문 전 이사장은 "우리 조합에 그런 돈이 어디 있냐"면서 "돈을 준 사실이 없다"고 말했다.

    노동계 한 인사는 "사용자와 노조가 결국 부당하게 결탁한 셈"이라며 "돈을 노조 계좌가 아닌 개인 계좌로 받은 것도 횡령에 해당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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