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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WC서 벌어진 '망 이용료' 논쟁… 한국도 예의주시

"네트워크(망) 구축에 필요한 막대한 투자 비용을 공정하게 부담하기 위한 자금 조달 모델을 찾아야 한다."(티에리 브르통 EU 집행위원회 역내시장 담당 전문위원)

"콘텐츠로 트래픽이 늘면 인터넷 수요도 증가하기 때문에 인터넷 서비스 사업자에게도 엄청난 기회가 된다."(그래그 피터스 넷플릭스 CEO)

2일까지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MWC 2023에선 최신 통신·IT(정보기술) 전시뿐만 아니라 '망 이용료' 관련 논쟁이 뜨거운 화두가 됐다. 통신망 트래픽을 많이 유발하는 동영상 콘텐츠를 서비스하는 유튜브·넷플릭스 등 빅테크도 투자 비용을 일부 부담해야 한다는 유럽 통신사들의 요구가 거세진 데 따른 것이다.

지난달 27~28일(현지 시각) 이틀에 걸쳐 MWC에서 진행된 토론회와 기조연설에서 유럽 통신사들은 "통신사가 설치한 망으로 이익을 누리는 빅테크도 망 투자에 기여해야 공정하다"고 주장한 반면, 넷플릭스 같은 동영상 서비스 업체들은 "망 투자 때문에 콘텐츠 투자에 소홀하면 결국 소비자만 피해를 본다"고 반박했다.

◇"통신사만 망 투자하다가 허리 휜다"

SK브로드밴드와 넷플릭스 간의 '망 이용료' 법적 소송으로 세계 곳곳에 망 이용료 논쟁을 촉발했던 국내 통신 업계는 최근 유럽의 논의 상황을 예의 주시해왔다. MWC에서 나온 유럽연합(EU)과 유럽 통신사 입장을 종합해보면, 망 이용료 지급을 요구하는 국내 통신사와 달리 유럽 통신사는 빅테크에 통신사 혼자서 부담해온 망 투자에 동참하라는 게 핵심 주장이다.

27일 MWC 개막 기조연설에서 프랑스 통신사 오랑주의 크리스텔 헤이데만 최고경영자(CEO)는 "유럽의 망 중립성 원칙을 바꾸자는 것도, 새로운 세금(망 이용료)이 필요하다는 것도 아니다"라고 했다. 그는 "유럽 통신사들은 매년 560억유로(약 78조5000억원)를 투자해 망을 구축하고 있다"며 "전 세계 상위 5위권의 콘텐츠 제공자(빅테크)들이 전체 트래픽의 약 55%를 차지하는 만큼 이들도 망 투자에 공정한 기여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반면 지난달 28일 그래그 피터스 넷플릭스 CEO는 기조연설을 통해 망 이용료에 강하게 반대하고 나섰다. 그는 "일부 통신사들이 엔터테인먼트 기업에 세금을 부과해 망 인프라 구축을 위한 보조금에 사용하도록 하자는 방안을 제안한 적이 있다"며 "하지만 이런 비용 지급으로 콘텐츠에 대한 투자가 줄면 소비자 입장에선 비싼 통신 요금이 가진 매력이 반감될 것"이라고 했다. 트래픽이 폭증할 정도로 콘텐츠가 인기를 얻으면 소비자들이 값이 비싸더라도 고품질 인터넷 서비스를 찾게 되고 결국 통신사 수익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얘기다. 그는 이어 "통신 소비자들은 이미 인터넷 서비스 요금을 통해 망 개발에 필요한 비용을 지급해왔다"며 "소비자에 더해 콘텐츠 기업에까지 망 이용료를 내게 하면 통신사가 이중으로 망 투자 비용을 거둬가는 것"이라고 했다.

◇"통신사와 빅테크 양자택일 문제 아냐"

망 이용료 분쟁으로 법정까지 간 국내 상황과 달리 유럽에선 통신사와 빅테크 양측 모두 협상의 여지를 열어놓고 있다. 애초 예상과 달리 토론회에서 EU·유럽 통신사와 넷플릭스·메타 간 격전이 벌어지지 않은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브르통 위원은 "통신사와 빅테크 사이 갈등을 양자택일의 문제로 생각해선 안 된다"고 했고, 그래그 피터스 CEO도 여기에 동의했다.

EU는 빅테크도 망 투자 비용을 분담하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된 법안을 추진하면서 최근 의견 수렴 절차에 들어갔다. 통신사와 빅테크 양측의 주장을 듣고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절차다. 망 이용료가 됐든 망 투자 비용이 됐던 EU의 최종 결론은 모든 국가에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에선 지난해 여야가 모두 '망 이용료 의무화' 법안을 발의했지만, 유튜브 크리에이터들을 중심으로 반대 운동이 일어나면서 법안 추진에 제동이 걸린 상황이다.

[그래픽] MWC서 이슈화된 '망이용료' / 전 세계 데이터 트래픽 비율 기고자 : 변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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