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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영화배우이자 작가인 패니 플래그(Fannie Flagg)의 소설 '프라이드 그린 토마토(Fried Green Tomatoes at the Whistle Stop Cafe)'는 1987년 발간 직후 36주 동안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에 올라 있었다. 그리고 1991년 영화로도 세계적 히트를 쳤다. 원래 소설의 배경은 앨라배마주의 아이언데일(Irondale) 마을이지만, 영화 제작진은 조지아주의 줄리엣(Juliette)을 로케 장소로 선택했다.

이 마을 입구로 진입하는 순간 보이는 철도와 몇 군데 앤티크 상점, 과거의 역사(驛舍)는 지금도 마치 영화 세트 같은 느낌을 준다. 1927년 지어져 가축사료와 철물, 약과 자동차용 휘발유를 팔던 잡화점 건물이 영화에서 '휘슬 스톱 카페'로 사용된 공간이다. 영화 출시 직후부터 현재까지 30년이 넘도록 이 시골 식당에 전국에서 하루에 수백명, 연간 수만명이 찾아온다. 그야말로 '공간력(空間力)'이 무엇인지 보여주는 예다.

이 카페의 최고 인기 메뉴는 당연히 '프라이드 그린 토마토'다. 하루에 수백개의 토마토를 잘라서 튀긴다고 한다. 영화가 소개되기 전에는 전 세계 사람들, 심지어는 대부분의 미국인들도 '프라이드 그린 토마토'라는 음식을 몰랐다. 영화의 성공과 함께 미국 남부의 대표적인 음식으로 알려지면서 많은 레스토랑에 이 메뉴가 포함되었다. 하지만 실제로는 미국 북동부와 중서부(Midwest) 지방의 음식이다.

남부 지방에 비해 추운 날씨로 첫서리가 올 때까지도 익지 않은 토마토들을 활용하기 위해서 고안한 레시피였던 것이다. 명칭 그대로 덜 익은 푸르스름한 토마토를 썰어서 밀가루 반죽과 옥수수 가루를 묻혀 튀기는 음식이다. 바삭한 표면을 깨물면 터지는 토마토 즙은 그야말로 '겉바속촉'의 간결한 완성이다. 설익은 야채의 떫은맛이 지방의 느끼함과 어울리는 조화 또한 절묘하다.

한참을 밖에서 줄 서서 기다리고 있는데 마음씨 좋아 보이는 아줌마 직원이 문을 열고 우리에게 남부 사투리로 인사를 건넨다. "어디서 왔느냐? 영화는 봤느냐? 그럼 이제 들어와서 우리 프라이드 그린 토마토를 맛봐라" 기고자 : 박진배 뉴욕 FIT 교수·마이애미대 명예석좌교수
장르 :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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