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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바이러스의 발원에 관한 세계보건기구(WHO)의 조사가 끝내 실패했다. 중국의 협조 거부 때문이다. 이제 진실은 알 길이 없다. 중국이 생물학 무기로 개발했던 바이러스가 유출되었다느니, 인구 폭발 억제를 위한 거대한 계획이었다느니 하는 음모론만 남는다.

인구 감소에 관한 한 흑사병에 비할 만한 재앙이 없다. 흑사병은 여러 세기에 걸쳐 유럽 인구 1억명 이상을 사망케 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급격한 인구 감소는 세상의 질서를 바꿨다. 노동력이 귀해지면서 조금이라도 대접이 좋은 곳을 찾아 인구가 이동했다. 코로나19 이후 각국에서 벌어지는 대퇴사(大退社) 운동과 비슷했다.

인구 이동은 새로운 도시와 장터의 출현으로 이어졌다. 장터에서 벌어지는 상거래와 무역 확대는 생산과 자금 회수의 시차를 벌렸다. 그 간격을 메우기 위해 어음 거래가 늘어나고, 어음을 취급하는 금융 업자들이 부상했다. 세속의 힘이 세지는 만큼 종교의 힘은 줄었다. 노스트라다무스는 흑사병 희생자의 시신을 처리하던 장의사였는데, 감히 예언자 행세를 했다. 하지만 권위를 잃은 교회는 그를 처벌하지 못했다.

환자가 동시다발한 흑사병은 정확한 전염 경로를 알기 어렵다. 20세기 초 스페인 독감도 마찬가지다. 당시 제1차 세계대전에 뛰어든 나라들이 보건에 신경을 쓸 겨를이 없었던 반면, 참전하지 않은 스페인은 그 팬데믹을 착실하게 기록했다. 그 바람에 '스페인 독감'이라는 이름이 붙었지만, 스페인은 발원지가 아니다.

1918년 3월 8일 스페인에서 첫 독감 환자가 보고되었다. 그 소식을 몰랐던 조선인들에게 '무오년 독감'은 청천벽력이었다. 사망자가 너무 많아 추수를 포기하고, 우편 배달도 중단했다. 극도의 공포 속에서 양치질과 냉수마찰로 독감을 예방할 수 있다는 뜬소문이 돌았다. 그러나 독립 의지는 막지 못했다. 1919년 오늘 전국에서 "대한 독립 만세!" 함성이 울렸다. 기고자 : 차현진 예금보험공사 이사
장르 :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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