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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입제 피해사례 보니

"환급받은 부가세 900만원을 운수업체 부장에게 현금으로 줬다." "번호판비 2000만원을 (운수업체) 대표 아들에게 송금했다."

최근 국토교통부 '지입제 피해 신고센터'에 접수된 내용이다. 지입제는 화물 차주가 운수업체 운송면허 번호판을 빌려 달고 영업하는 대가로 지입료를 주는 대신 업체는 일감을 제공한다. 그런데 지금은 운수업체가 일감은 주지 않고 기사들에게서 지입료와 번호판 대여비 등 부당 이득만 챙기는 '번호판 장사'로 변질된 경우가 많다. 이로 인해 화물 기사들 수입이 줄고 기업과 소비자에게도 부담이 가중된다. 정부는 이런 관행을 깨기 위해 이달 초 '번호판 장사'만 하는 4000 ~5000개 지입 전문 회사들을 시장에서 퇴출하겠다고 발표하고 지난 20일부터 피해 신고를 받았다.

20~24일 닷새간 131건 피해 사례가 접수됐는데 정부가 파악하지 못했던 문제들도 다수 드러났다. 대표적인 게 운수 회사들이 기사들로부터 부가세 환급금을 상납받는 것. 개인 사업자인 화물 기사는 기름값, 차량 구입·수리비 등 각종 사업 비용을 지출한 뒤 이에 대한 부가세를 추후 국세청에서 환급받는다. 당연히 기사가 가져야 할 몫이지만 운수업체가 이를 상납받고 있었다.

한 기사는 "신차 구입 후 환급받은 부가세 950만원을 운수사 간부 처남 계좌로 이체하라고 해서 그렇게 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기사는 "부가세 환급금 480만원을 운수사 S 부장이 현금으로 달라고 했다. (돈이 없어) 2년간 매달 추가 지입료를 내는 식으로 지급했다"고 신고했다.

피해 신고 건수가 가장 많았던 건 운수사가 보유 중인 번호판을 기사에게 빌려줄 때 받는 '번호판비' 관련 신고였다. 131건 중 75건(57%)이었다. 지입(번호판 대여) 계약 시 운수사는 계약서에 없는 2000만~3000만원 번호판비를 별도로 기사에게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 한 기사는 "화물차 2대의 번호판비로 5000만원을 냈다. 코로나로 인해 사업을 더 할 수가 없어 (계약을 해지하고) 번호판비를 돌려달라 했는데 거절당했다"고 신고했다.

작년 한국교통연구원 조사에서 기사들의 89.3%가 이 돈을 돌려받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 기사는 국토부에 "첫 계약을 할 때 번호판비를 냈는데, 6년 뒤 재계약을 할 때도 3000만원 번호판비를 또 냈다"고 했다. 다른 기사는 "운수사 사장이 바뀌었다고 번호판비 1000만원을 또 내라고 한다. 안 내면 번호판을 떼어 간다고 한다"고 전했다. 일부 운수사가 이런 부당 비용을 기사들에게서 뜯어낼 수 있는 건 2004년부터 시행된 화물차량 총량제로 인해 신규 운송 면허 발급이 어렵기 때문이다.

번호판비 다음으로 신고가 많았던 건 '바가지 지입료' 문제였다. 한 기사는 "11년 넘게 매월 지입료 33만원을 내고 있는데 일감을 한 번도 받은 적이 없다. 앉아서 돈 버는 운수사들을 퇴출해 달라"고 신고했다.

☞지입제

개인 화물차주가 자기 차량을 운수업체 명의로 등록해 운송 사업을 하는 제도. 1997년 도입됐다. 차주는 업체 운송 면허 번호판을 빌려 달고 영업하는 대가로 매달 20만~30만원 지입료를 주고, 업체는 차주에게 일감을 제공한다. 기고자 : 조백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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