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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 지원하는 돈에… 정부 재정건전성 위협

중앙정부가 지방자치단체에 주는 지방교부세와 17개 시·도 교육청에 주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의 합인 지방 이전 재원은 지난해 150조원을 넘었다. 정부의 재정 건전성을 위협하는 수준이다. 법인세·소득세·상속세 등 내국세의 40% 정도를 떼어 내니 중앙정부는 쓸 돈이 부족해 허덕이고, 지자체들은 예산 잔치를 벌이는 지경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특히, 지방인구·학령인구 감소에도 불구하고 지방 이전 재원 액수가 커지고 있다. 더 큰 문제는 1037조7000억원(2022년 기준)의 빚을 지고 있는 중앙정부가 채무 36조원(2021년 기준)인 지방에 계속해서 돈을 퍼준다는 점이다.

◇국가부채 상환보다 지방교부세가 우선

28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지방 이전 재원은 2016년 81조2000억원에서 작년 153조원으로 2배 가까이 폭증했다.

이 기간은 문재인 정부 시절이었다. 소득 주도 성장 등 재정 확장 정책을 위해 법인세율 등을 가파르게 올리면서 국세 수입이 급격히 늘었고, 내국세 중 40%가 의무적으로 교부세·교부금에 배당됐기 때문에 나온 결과다. 2016년 206조2000억원이었던 내국세 수입은 작년 296조1000억원으로 뛰었다.

세수는 1.4배 늘었는데, 같은 기간 지방 이전 재원은 2배 가까이 증가했다. 세금 중 쓰지 않고 남은 돈(세계잉여금)도 지방으로 갔기 때문이다.

현행법상 세계잉여금의 처리는 교부세·교부금 배부가 최우선이다. 나랏빚 상환보다 우선한다. 2021년 세계잉여금은 18조원에 달했는데 지방 이전 재원은 11조3000억원(63%)이 배정됐다. 채무 상환에는 3조4000억원(19%)밖에 쓰이지 않았다. 2018년에는 세계잉여금 10조7000억원 중 대부분(10조5000억원)을 교부세·교부금으로 내렸다.

◇채무비율, 정부는 48%인데 지방은 7.5%

코로나 대응 등을 위해 예산을 팽창시키면서 중앙정부 채무는 1000조원을 넘겼다. 2017년 627조4000억원에서 2022년 1037조7000억원으로 65% 넘게 늘었다. 작년 국내총생산(GDP) 대비 채무 비율은 48%에 달했다.

반면 지방채무는 2021년 말 기준 36조605억원에 불과했다. 17개 광역자치단체와 226개 기초지자체들의 2017년 평균 채무 비율은 10.3%였고, 2021년에는 7.5%였다. 2021년 기준 채무 비율이 가장 높은 서울시가 14.7%였다.

그만큼 지자체들은 채권을 찍어서 돈을 외부에서 빌릴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반면 중앙정부는 세수만으로 재원이 부족하면 적자국채를 찍어가며 조달한다. 국회 예산정책처에 따르면 국채 이자만 작년 18조8000억원에서 2026년 30조9000억원으로 증가한다. 불과 4년새 이자 부담이 12조1000억원이 는다.

중앙정부 관계자는 "교부세·교부금과 별도로 부가가치세 중 25.3%도 지방소비세로 지방이 가져간다"며 "지자체 재량으로 지방세율을 올릴 수 있지만, 지자체장들이 선거를 의식해 건드리지 않고 교부세에만 매달리는 구조가 고착화됐다"고 했다.

◇재정건전성 강조하지만 150조 손도 못대

150조원이 넘는 지방 이전 재원은 법상 지출 규모가 정해진 의무 지출이다. 올해 본예산 638조7000억원 중 의무 지출은 340조3000억원(53.3%)으로 절반이 넘는다. 반면 의무 지출이 아닌 재량 지출은 298조4000억원에 그친다.

윤석열 정부가 지출 다이어트를 시도하고 있지만 재량 지출에 한정된 얘기다. 지방 이전 재원의 규모는 날로 불어 한계가 있다.

결국 현행 지방 지원 방식을 손볼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전직 국회예산정책처장은 "내국세의 40%를 기계적으로 주니 지자체가 필요한 만큼을 넘어서는 재원이 가는 게 사실이다"며 "40%를 30%가량으로 줄이고 10%는 '공동 교부세·교부금'으로 따로 떼 건전 재정에 힘쓰는 지자체·교육청에 더 가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그래픽] 급증하는 지방 이전 재원 / 현격히 차이나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채무 기고자 : 김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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