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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출퇴근시간 교통정체·소음

민노총 건설노조가 28일 오후 서울 도심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집회·시위를 벌이는 바람에 극심한 교통 체증이 빚어졌다. 이날 민노총은 남대문, 서대문, 종각역, 광화문 등 서울 도심 반경 2㎞ 내 4개 장소에서 집회를 가졌다.

광화문 세종대로는 민노총의 무대 설치 작업으로 출근 시간부터 막히기 시작했고 오후부터는 다른 집회장 주변인 남대문로, 소공로, 을지로가 교통 정체와 소음으로 몸살을 앓았다. 이날 집회에는 경찰과 민노총 추산 노조원 4만명이 집결해 '공갈 정권, 윤 정권 심판하자' '건설노조 사수' 등을 주장했다. 최근 윤석열 정부가 건설 현장에서 사업주를 협박해 돈을 뜯어내는 등 불법행위를 단속하는 '건폭과의 전쟁'을 선포한 것을 '노조 탄압'이라고 주장한 것이다.

이날 경찰은 주요 도로의 차선 대부분을 집회 장소로 내줬다. 세종대로는 왕복 8개 차선 중 6개, 남대문로는 6개 차선 중 4개가 민노총 집회 장소로 쓰였다. 이는 경찰과 민노총 간의 협의에 따른 것이라고 한다. 시민들은 "아무리 '집회·시위의 자유'를 존중한다고 해도 이런 식으로 허가를 내주면 차량은 어떻게 다니란 것이냐"고 했다.

일각에서는 "민노총이든 보수 단체든 도심 주요 도로에서 교통을 볼모로 벌이는 집회는 경찰이 금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행 집시법 12조는 관할 경찰서장이 교통 소통을 위해 주요 도로에서의 집회·시위를 금지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이 권한을 행사한 경우는 없다. 한 경찰청 관계자는 "주최 측이 소송을 제기하면 법원이 번번이 주최 측 손을 들어주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법조계에서는 "도로 집회를 허용한다면 차선, 시간, 소음 등을 엄격히 제한하고 경찰 통제에 따르지 않는 경우 처벌할 수 있도록 집시법과 시행령을 정비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28일 민노총 건설노조의 서울 도심 집회는 오후 1시 30분부터 광화문 인근 정부서울청사 앞, 서대문 사거리 인근 경찰청 앞, 종각역 등 세 곳에서 시작됐다. '건설노동자 결의대회'라는 이름의 집회였다. 이들은 4차선부터 많게는 6차선까지 대로(大路)를 차지한 채 집회를 진행했다. 이어 오후 3시 결의대회 참석자들은 남대문 앞으로 집결한 뒤 짧은 집회를 갖고 용산의 대통령실로 행진했다. 경찰은 이들이 남대문에서 서울역으로 이동하는 데 용산 방향 4개 차선 중 3개를 쓰도록 허용했다.

이날 교통 체증은 오전부터 나타나기 시작했다. 광화문 세종대로의 경우, 민노총이 무대와 스피커를 설치하느라 일부 차선을 차지해 경찰이 오전부터 차선을 통제했다. 시청 근처에서 근무하는 문모(58)씨는 "시민들을 볼모로 통행을 방해하는 건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다른 이를 희생시키는 행위 아니냐"고 했다.

서울교통정보시스템(TOPIS·토피스)에 따르면 이날 정부서울청사 근처 차량 통행 속도는 평균 2㎞/h 정도로 사람이 걷는 속도보다 느렸다. 일반적인 도심 차량 통행 속도는 15㎞/h 정도다.

집회가 열린 다른 곳도 마찬가지였다. 1만8000명(경찰 추산)이 모인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과 종로 보신각 일대의 교통 정체는 하루 종일 계속됐다.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집회가 끝난 오후 7시에도 서울역 인근 통일로 일부 구간의 차량 통행 속도는 평균 7.5㎞/h로 막혔다. 시청 인근 서소문로의 경찰청~시청역 구간도 7㎞/h로 정체가 심각했다.

경찰은 '도심 집회 금지'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1~2016년 경찰은 집시법 12조를 근거로 주요 도로에서의 집회·시위를 400건 금지한 바 있다.

☞집시법 12조

관할 경찰관서장이 교통 소통을 위해 주요 도시의 주요 도로에서의 집회·시위를 금지하거나, 교통 질서 유지를 위한 조건을 붙여 제한할 수 있도록 한 조항. 또 집회·시위 주최자가 질서 유지인을 두고 도로를 행진한 경우는 금지할 수 없지만, 그 경우에도 심각한 교통 불편을 줄 우려가 있으면 행진을 금지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기고자 : 김광진 기자 정해민 기자 오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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