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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절 스위치를 켜면 충격을 필요이상으로 크게 뇌에 전달
지속되면 관절 파괴하고 근육 말려 아예 무릎이 굽게 만들어 버려
20년쯤 전, 당시 모 대학에서 줄기세포 연구에 한참 심취해 있었다. 줄기세포 연구에 대한 사회 분위기가 한창 과열됐다 싶을 때 '황우석 사건'이 발생했고 이에 따라 많은 연구가 중단됐다. 필자가 참여한 줄기세포 연구도 예외는 아니었다.
실의에 빠져 허덕이고 있는데 친한 후배가 찾아와서 한 맹인 안마사의 얘기를 들려주었다. 이쑤시개 같은 것으로 온몸을 십여 분 동안 여기저기 찌르는데, 잠들었다 깨어보니 놀랍게도 아팠던 곳이 부드러워지고 통증도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그로부터 수년 후 프랑스 정골요법사이자 도수치료사인 쟝 피에르 바렐(Jean Pierre Barral)의 글을 접하게 되었다. 그는 몸의 일부를 아프지 않게 손으로 부드럽게 마사지해 병을 치료했다. 그 이론이 합리적이라 생각해 책과 강의 비디오를 구입해서 보고 또 봤다. 아내 대상으로 마사지까지 하며 치료법을 익혔다.
많은 동료 교수는 내가 왜 이런 비전형적인 방법에 관심을 갖는지 의아해했다. 대개 환자 치료 후 3주가 지나 무릎이 부드러워지면 통증도 조절되고 퇴화 또한 멈춘다. 반면 관절 주위가 딱딱하고 부으면 계속 아프고 퇴화한다. 이 사실을 이해한다면 무슨 치료든 가릴 필요가 없다. 그 이론적 배경을 탐구해 더욱 합리적인 치료법을 찾아내는 것이 목표이다.
90대 어르신이 무릎 관절 수술을 앞두고 고령(高齡)이신지라 수술을 피하고 싶어 내원(來院)했다. '수술하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겠지만 자칫 수술 과정이나 수술 후 회복 중 몸이 상할 위험까지 고려하면 쉽지 않은 결정이다'라고 불안해했다. 나는 어르신께 우리 병원서 치료받으면 무릎이 한결 부드러워지고 절반 이상 굽힐 수 있게 되면서 통증도 현저히 줄어들 것이라 말씀드렸다. 의사인 아드님은 이에 대한 근거를 요구했다.
우선 어르신과 다른 가족들이 이해하도록 쉽게 설명했다. "무릎 관절은 자동차에서 충격을 흡수하는 장치와 같아요. 충격이 흡수 안 되면 차가 망가지게 됩니다. 그런데 이 흡수 장치에 센서가 달려 있어 충격이 오면 뇌로 전달합니다. 스위치를 켜면 충격이 필요 이상으로 크게 전달되고, 스위치를 끄면 충격이 작게 전달됩니다. 뇌에서는 충격이 크다는 신호가 지속되면 관절을 파괴하고 근육은 말려 아예 무릎이 굽게 만들어 버려요. 그러면 몸이 굽게 되고 전반적인 기능이 퇴화하죠. 그래서 스위치를 끄는 것이 중요해요. 스위치를 끄면 무릎 관절이 부드러워지고 부기가 가라앉고 편안해질 수 있어요."
하지만 아드님에겐 정확한 설명이 필요했다. "딱딱한 느낌의 관절에서는 살펴야 할 몇 가지 특징이 있습니다. 하나는 뼈의 모서리, 즉 관절면(面)에 위치한 연골에 존재하는 '피에조(Piezo·피에조 단백질은 물리적 변형을 전기적 신호로 바꾸는 역할) 1형'이라는 감지기인데, 이 감지기는 연골을 재생하고 유지하는 역할을 하다가 고장 나면 오히려 연골을 파괴해버리는 원흉이 됩니다. 그리고 연골 안이나 주위의 콜라겐이 단단해져야 하는데 오히려 푸석푸석하게 변하게 됩니다. 피에조 1형 감지기에 이상이 생기면 근육이나 힘줄에 있는 '피에조 2형' 감지기도 고장이 납니다. 아버님처럼 근육이 마르고 힘줄이나 인대가 약해지는데 결국 관절이 움직일 때 흔들리게 되고 이것이 곧 관절염입니다. 저는 확실하게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피에조 1·2형 센서를 스위치 온·오프 하듯 바꿔 센서를 정상으로 돌리는 것이 치료입니다."
아드님은 이해가 충분히 된 표정이었다. 하지만 피에조 1·2형은 단편적이지 않다. 특정 상황에서는 조직을 재생하고 유지하나 또 다른 상황에서는 조직을 파괴한다. 조직이 파괴되면 몸은 굽어진다. 직립보행의 장점을 잃어버리는 대신 몸 전체가 외부 충격으로부터 보다 안정된 상태가 된다. 우리는 이런 현상을 '노화(老化)'라 부른다. 나이가 들어도 제대로 직립 가능한 상태를 오래 유지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어쩔 수 없이 수술한 경우라도 결국 피에조 1·2형의 과민화(過敏化)를 없애는 것이 유일한 치료법일 수밖에 없다.
피에조의 스위치가 꺼지지 않으면 어떤 치료도 듣기 어렵다. 우리 몸 안에서 생겨나는 줄기세포를 만들려면 관절의 스위치부터 꺼야 한다. 기고자 : 안강 안강병원장
장르 : 고정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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