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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L 주름잡던 두 팀의 엇갈린 운명

전 한국 대표팀 주장 박지성이 잉글랜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에서 뛰던 2000년대, 맨유와 첼시의 경기는 흥행 보증수표와 같았다. 세계적인 선수들이 라이벌전에서 몸이 부서져라 뛰었다. 카리스마 넘치는 두 팀 사령탑의 경기장 밖 설전도 볼거리 중 하나였다. 두 팀은 2000년대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EPL) 우승 10번 중 8번(맨유 5회, 첼시 3회)을 나눠 가졌을 정도로 화려한 한때를 같이했다.

그런 두 팀은 2010년대 중반부터 나란히 부침을 겪었다. 맨유의 암흑기는 27년 동안 팀을 이끌었던 앨릭스 퍼거슨 감독이 2013년 지휘봉을 내려 놓으면서 시작됐다. 그 뒤로 루이 판할, 올레 군나르 솔셰르 등 여러 감독이 팀을 이끌었지만, 오합지졸 같은 호흡 탓에 EPL, UEFA(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에서 우승한 적이 한 번도 없었다.

맨유가 헤매던 때 첼시는 EPL에서 2014-2015, 2016-2017시즌 징검다리로 우승을 차지하며 위세를 과시했지만, 2017-2018시즌부터 맨유를 따라가듯 수렁에 빠졌다. 이적 시장에서 A급 선수를 영입하는 데 번번이 실패하고, 감독들이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하며 우승권에서 멀어졌다. 그렇게 긴 암흑기를 보내던 두 팀의 운명이 마침 올 시즌 갈리는 중이다. 맨유는 반등할 준비를 마친 반면, 첼시는 더 칠흑 같은 어둠 속으로 빠져들어 가고 있다.

◇맨유를 건져 올린 텐 하흐 감독

맨유의 변화는 올 시즌을 앞두고 부임한 에릭 텐하흐(53·네덜란드) 감독에게서 시작됐다. 텐하흐 감독은 첫 훈련부터 강력한 규율로 개성이 강한 스타 선수들을 장악해 나가기 시작했다. 브렌트퍼드와의 시즌 개막전에서 0대4 대패하자 다음 날 텐하흐 감독은 예정된 휴식을 취소하고 선수들에게 약 14㎞를 쉬지 않고 달릴 것을 지시할 정도로 강성이었다.

아무리 유명해도 몸이 안 된다고 판단하면 경기에 내보내지 않았다. 수퍼스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주장 해리 매과이어도 예외가 될 순 없었다. 결국 호날두는 텐하흐 감독을 공개적으로 비난하며 사우디아라비아 알 나스르로 팀을 옮겼다. 반면 매과이어는 묵묵히 기량을 갈고 닦은 끝에 옛 모습을 찾아가고 있다.

텐하흐 감독 체제가 안정기에 접어들면서 맨유는 27일 현재 승점 49, 리그 3위로 우승 경쟁에 한창이다. 27일엔 카라바오컵(리그컵) 결승전에서 뉴캐슬을 2대0으로 꺾으며 6년 만에 첫 우승 트로피를 품에 안았다.

◇더 암흑 속으로 첼시

사실 첼시의 분위기는 나쁘지 않았다. 2020-2021시즌 중반 부임한 토마스 투헬 감독이 UEFA 챔피언스리그에서 깜짝 우승을 이끌었던 덕에 리그에서도 반등할 일만 남은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불똥을 맞았다. EPL 이사회 의결로 첼시 구단주였던 러시아 출신 재벌 아브라모비치가 퇴출됐다. 이어 새 구단주인 미국 자산가 토드 보엘리는 투헬 감독과 의사소통 과정에서 사사건건 부딪쳤고, 결국 투헬을 경질했다. 투헬 감독이 선수단과 신임이 두터웠던 탓에 당시 내부에서 불만이 새어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선수들에게 신임을 잃은 채로 임기를 시작한 새 감독 그레이엄 포터는 지휘한 18경기에서 5승6무7패, 승률 27.8%에 그쳤다. 특히 26일 밤 토트넘전에서 0대2로 무력하게 지는 등 최근 EPL 15경기에서 단 2승에 그쳤다. 첼시는 현재 리그 10위(승점31)에 머물러 있다.

[그래픽] 두 명문팀의 최근 다섯 시즌 기고자 : 이영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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