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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이브  이마 베프

할리우드 스타 배우 '미라'(알리시아 비칸데르)가 프랑스로 온다. 한때 촉망받는 예술영화 작가였던 감독이 20세기 초 프랑스 흑백영화의 걸작 '이마 베프'를 리메이크하면서 주연 여배우로 캐스팅한 것. '미라'는 한 수퍼히어로 영화에서 남자 주인공을 거세하는 여성 수퍼히어로로 출연해 유명해졌지만, 그 감독이었던 남편은 3년을 함께 일한 여비서와 바람이 났다.

게다가 프랑스에서 만나는 사람들 분위기도 어쩐지 비우호적이다. 프랑스 영화의 영혼과 같은, 이미 마스터피스인 영화를 굳이 리메이크하는데, 할리우드 상업영화 미국 배우가 주인공이라니. 다들 내심 못마땅한 것이다. 남녀 가리지 않고 애정의 화살표가 엇갈리고, 촬영 현장은 갈수록 혼돈의 도가니로 변해 간다.

여배우를 아름답게 찍기로 유명한 프랑스 감독 올리비에 아사야스가 가장 아름다웠던 시절의 장만위(張曼玉·장만옥)를 주인공으로 찍었던 1996년 작 동명 영화를 HBO 시리즈로 리메이크했다. 감독은 영화를 리메이크하는 영화에 관한 자신의 영화를, 다시 한번 시리즈로 리메이크한 셈. 이야기는 필연적으로 영화 산업에 대한 풍자와 자학 개그, 변덕과 집착, 자기 고백과 영화를 향한 환상과 구애의 노래로 가득하다.

이런저런 사전 지식 없이도 촌철살인의 대사와 블랙코미디적 상황의 연속에서 빚어지는 이야기의 흡인력이 대단한 시리즈다.

클래식  표트르 안데르셰프스키

폴란드 피아니스트 표트르 안데르셰프스키(54)야말로 출발보다 끝이 중요하다는 걸 일러주는 연주자. 1990년 리즈 콩쿠르 준결선 도중 스스로 연주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무대를 걸어나가는 '돌출 행동'으로 파란을 일으켰다. 하지만 그 뒤 베토벤과 바흐의 음반들로 전 세계 평단의 격찬을 받으며 거장으로 성장했다. 2년 전 내한 연주 때도 바흐의 평균율 2권 가운데 자유롭게 곡들을 발췌 연주해서 팬들을 매료시켰다. 28일 롯데콘서트홀 독주회에서는 바흐의 파르티타 6번,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31번 등을 들려준다.

영화  대외비

만년 국회의원 후보 신세인 '해웅'(조진웅). 또다시 공천 탈락의 고배를 마시지만 해운대 재개발 계획이 담긴 대외비 문서를 손에 넣은 뒤 지역 조폭 '필도'(김무열)와 의기투합한다. 영화 '대외비'는 1990년대 부산을 배경으로 정치인과 조폭의 공생 관계를 다룬 범죄극.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에서 냉혹한 그룹 회장을 연기했던 배우 이성민이 숨은 권력 실세 역을 맡아서 다시 한번 카리스마를 발산한다. 각본은 예상을 벗어나는 법이 드물지만, 오늘날로 시대 배경을 옮겨도 어색하지 않다는 점이 씁쓸한 뒷맛을 남긴다.

연극 아마데우스

노력파 음악가 살리에리가 천재 음악가 모차르트의 죽음과 자신의 죄를 고백하는 이야기. "욕망을 갖게 했으면 재능도 주셨어야죠. 이제부터 우린 영원한 적입니다"라는 대사처럼 신을 향한 애증이 치밀하게 묘사된다. 동명 영화로도 친숙하지만 신선한 연출과 정교하고 세련된 구성으로 특별한 재미를 준다. 음악적 부피감도 상당하다. 모차르트는 귀엽고 천박한 천재로 그려져 있다. 2인자의 고통이 절절하다. 김재범·김종구·차지연·문유강이 살리에리 역을 나눠 맡는다. 이지나 연출로 4월 11일까지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

뮤지컬  보이체크 인 더 다크

19세기 독일에서 남편이 아내를 살해한 실화를 극화한 뷔흐너 원작 '보이체크'가 창작 뮤지컬이 됐다. 비관이 제목에 묻어난다. 긴 전쟁에 지친 군인들 중 가난한 보이체크가 카바레 가수 마리를 짝사랑하며 펼쳐지는 이야기. 보이체크는 자신의 쓸모를 증명하고 싶어하지만 현실은 아무리 노력해도 끝이 보이지 않는 어둠뿐이다. "아주 오래된 이야기, 그러나 어쩌면 내일도 하게 될 이야기"라고 배우들은 노래한다. 정민·강정우·최우리·신의정 등이 출연한다. 허수현 작곡, 박지혜 연출로 4월 30일까지 대학로 링크아트센터. 기고자 : 이태훈 기자
장르 : 고정물
본문자수 : 1994
표/그림/사진 유무 :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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