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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통신사에 칼 빼든 공정위

27일 공정거래위원회가 6개 주요 은행과 3대 통신사에 대한 현장 조사에 들어간 것은 전격적이고, 동시다발적이라는 점에서 이례적이다.

특히, 공정위의 은행 금리 담합 조사는 드문 일이다. 지난 2012년 양도성예금증서(CD) 발행 금리 담합 의혹에 대해 조사를 시작했지만, 결국 2016년 혐의를 입증하지 못하고 종료한 사례가 있다. 실패했던 조사를 7년 만에 다시 시작하는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대통령의 특단의 대책 주문

공정위가 칼을 빼든 것은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에 따른 것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 15일 "모든 수단을 열어놓고 통신 시장 과점 해소를 위해 특단의 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한 데 이어 지난 21일과 23일에도 통신·금융사의 과도한 이익에 대해 언급했다. 그러자 공정위는 '금융·통신 분야 경쟁 촉진 방안'을 보고했다. 금융과 관련해서는 은행·상호저축은행·금융투자업자·여신전문금융회사 등의 약관을 심사해 소비자에게 불리한 약관은 시정하도록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에 요청하겠다고 했다.

이어진 이번 담합 조사는 카르텔조사국이 담당해 약관 심사보다 강도가 높아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약관 심사는 시정명령 등으로 개선을 유도하는 수준에 그치지만, 담합 사건을 주로 다루는 카르텔조사국의 조사는 시정명령·과징금에 더해 책임자 고발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담합이라는 훨씬 무거운 혐의를 다루는 '큰 칼'을 꺼낸 셈이다. 대출 금리 부담과 통신비 등 가계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정부가 직접적인 압박에 나섰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미 기획재정부와 국세청이 주류 업계 실태 조사라는 명목으로 사실상 가격 인상 자제를 요구했다. 소주 값이 6000원대에 달할 거란 관측이 나오자 주류 회사 임원들에게 일일이 전화를 해 원가 부담 현황을 파악하거나 별도 원가 구조 조사에 나섰다. 이번 조사도 이와 유사한 조치로 볼 수 있다는 말이 나온다.

◇정부의 과도한 개입에 대한 우려도

금융권과 통신 업계는 당혹스럽다는 분위기다. 통신 업체 한 임원은 "정부와 최근 계속 통신비 인하와 관련된 논의를 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공정위가 조사를 한다고 하니 당황스럽다"며 "일단 최대한 조사에 협조할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했다. 또 다른 통신 업계 관계자는 "통신 시장 내 불공정행위 조사는 그동안 통신 3사가 과기정통부와 방통위로부터 계속 받아왔던 것"이라며 "그런데 여기에 공정위까지 가세한다니까,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 건지 잘 모르겠다"고 했다.

은행 금리의 경우 공정위가 혐의를 입증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있다. 한 은행 관계자는 "은행 예금·대출금리의 경우 한국은행 기준금리, 은행채 금리 등 기준이 정해지고 여기에 예금 금리는 높이고 대출 금리는 낮춰 경쟁한다"며 "다른 은행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면 돈을 끌어올 수 없기 때문에 사실상 담합이 있을 수 없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CD 금리 담합 조사'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공정위 안팎에서는 "은행들이 예금·대출 금리를 담합했다는 직접 증거를 잡아내는 것까지 기대하기는 쉽지 않다"는 반응이 나온다. 통신 3사에 대한 조사도 소리만 요란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정위가 지난 5년간 조사한 통신 3사 또는 계열사 간 담합 사건 6건 중 4건도 무혐의 처리됐다. 특히 이 중에서도 통신요금 관련 담합은 모두 혐의를 발견하지 못한 채 종료됐다.

정부의 과도한 시장 개입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금융과 통신 분야는 정부가 인허가권을 쥐고 과점 체제를 만들고, 금리나 통신비 등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주고 있는 만큼 "정부 말대로 했는데 담합으로 조사를 받는 것은 이상한 상황"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정부의 선의는 이해하나 이런 식으로 나서는 건 부작용이 더 크다"며 "현재 은행·통신의 과점 체제는 정부가 만든 체제인데 공정위가 칼을 휘두르는 건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기고자 : 김태준 기자 김봉기 기자 류재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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