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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재부 공공기관운영위 ＂잇단 사고에 책임＂ 가결

기획재정부 공공기관운영위원회(공운위)가 27일 '철도 안전 미조치' 사유로 나희승 코레일(한국철도공사) 사장의 해임안을 가결했다. 이 결정이 나오자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이날 곧바로 윤석열 대통령에게 나 사장 해임을 제청했다. 윤 대통령은 이번 주 안으로 이를 재가할 가능성이 큰데, 이렇게 되면 나 사장은 전 정권의 임기 말 무더기 임명으로 '알 박기 인사' 논란을 부른 공공기관 사장 중 첫 해임 사례가 된다.

국토부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11시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열린 공운위는 '기관 운영·관리 부실' 사유로 나 사장 해임안을 통과시켰다. 나 사장이 철도 안전 조치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나 사장은 문재인 정권 말인 2021년 11월 임명됐다. 이후 4건의 사망 사고 등 철도 사고 18건이 연이어 터졌다.

그런데 나 사장은 경영진 누구도 문책을 하지 않았고, 작년 11월 국토부 장관이 내린 '철도 안전 지시'도 11일 만에 현장에 전파한 것으로 국토부 특별 감사 결과 드러났다. 나 사장이 '안전 지시'를 뭉개고 있는 사이 코레일에선 '오봉역 사망 사고'(11월 5일), '영등포역 탈선 사고'(11월 6일)가 발생했다. 이에 국토부는 지난달 말 그의 해임안을 기재부 공운위에 올렸고, 이날 통과된 것이다.

공운위 결정이 나오자 원 장관은 이날 바로 윤 대통령에게 나 사장의 해임 제청안을 올렸다. 정부 관계자는 "인사혁신처를 거쳐 대통령에게 보고가 되고, 재가가 나오기까지 2~3일 정도가 소요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대통령이 재가하면 그 즉시 나 사장은 해임된다.

나 사장은 대통령 재가가 나오면 곧바로 법원에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을 넣고 동시에 징계 무효 소송을 거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나 사장은 이미 변호사도 선임했다. 그는 이날 공운위 회의에도 변호사를 대동하고 참석해 "철도 안전 조치를 했다", "국토부 장관의 지시를 밑에 전달했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고 한다. 그는 지난달엔 정부의 해임 방침에 반발해 국토부에 재심을 신청했다가 기각당하기도 했다.

정부는 소송을 해도 자신 있다는 입장이다. 문재인 정부에선 최창학 전 한국국토정보공사(LX) 사장과 구본환 전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이 각각 해임당했다가 소송에서 이겨 사장직에 복귀, '한 지붕 두 사장' 체제가 된 일이 있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당시 법원은 이들의 잘못이 크지 않고, 해임 절차도 제대로 안 지켰다며 정부에 패소 판결했다"며 "반면 나 사장은 안전 소홀이란 중대한 해임 사유가 있고, 그에게 한 달간의 반론 기간도 제공하는 등 모든 해임 절차를 지켰다"고 했다.

또 다른 정부 관계자는 "나 사장은 오봉역 사망 사고가 발생한 직후인 작년 11월 본인이 임기 2년의 국제철도연맹 아태지역 의장에 뽑혔다는 보도 자료를 언론에 배포하게 했다"며 "철도 사고에 대한 일말의 책임감이라도 있었다면 이렇게 하진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코레일 내에선 "나 사장이 법적 대응으로 버티면 회사가 망가진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코레일 직원들은 "나 사장 문제로 현재 코레일 인사 및 업무는 사실상 올 스톱 상태",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코레일은 올 6월 공공기관 경영 평가에서도 작년에 이어 최하 등급을 받아 직원 성과급이 깎일 것"이라고 했다. 이 밖에 한국마사회 정기환 회장, 강원랜드 이삼걸 사장, 한국공항공사 윤형중 사장, 대한석탄공사 원경환 사장도 전 정부 고위직에 있었거나 민주당 후보로 선거에 출마했다가 임기 말 지금 자리에 임명됐다.

[그래픽] 나희승 사장 해임 사유 및 주요 철도 사고 기고자 : 조백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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