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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들이 스위스로 몰리는 이유

스위스의 평균 법인세율은 지난해 기준 약 14.7%다. 최고 25%에 달하는 한국은 물론, 이웃 국가인 프랑스(26.5%)나 유럽연합(EU) 평균(약 20%)에 비해 훨씬 낮다.

연방 정부와 주 정부들이 서로 기업을 유치하기 위해 각기 다른 조세 제도를 운용하면서 세율이 점점 더 낮아진 것이다. 루체른주나 추크주 등에선 법인세율이 약 12%에 불과하다. 일부 주에선 연구·개발(R&D) 지출에 대해 최대 50%까지 추가로 세액 공제를 받을 수 있다. 기업이 지식재산권으로 올린 수익에 대해선 더 낮은 세율을 적용한다.

실제로 스위스에서는 낮은 세율로 유치한 다국적 기업들이 지역 대학, 스타트업과 협력하는 선순환이 이뤄지고 있다. 미국 이외 지역에서 가장 큰 R&D 센터를 취리히에 설립한 구글은 지역 스타트업 커뮤니티를 지원하며 구글 직원과 젊은 창업가가 교류하는 행사를 열고 있다.

파업 등 노사 갈등이 거의 없다는 점도 기업들에 매력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협상과 합의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전통 덕분이다. 유럽노동조합연구소(ETUI)가 2010~2019년 파업으로 인한 결근일수(직원 1000명당)를 추산한 자료에 따르면 스위스는 연평균 2일로, 유럽 내에서 가장 적었다. 프랑스(128일)·벨기에(98일) 등 이웃 국가와 비교하면 파업이 거의 없는 셈이다. 로잔에서 만난 제약회사 디바이오팜의 임원 프레더릭 레비씨는 "프로테스탄트 문화의 영향으로 스위스인들은 일을 신성한 것으로 여기고, 일과 자신을 동일시한다"며 "'오후 6시 일이 끝나고 난 뒤부터 파업한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오는 이유"라고 말했다.

정치적 안정성도 기업 혁신을 뒷받침하고 있다. 스위스는 글로벌혁신지수(GII) 세부 지표 중 정치적 안정성과 정부 효율성 등 제도적 측면에서도 높은 점수를 받았다. 스위스는 연방의회가 선출한 연방장관 7명이 정부를 공동 운영하며 중요한 국가 사안을 결정한다. 대통령도 장관 7명이 1년씩 번갈아가며 맡는다. 스위스 정부 관계자는 "7명의 장관은 소속 정당이 다양하지만, 파행에 이르는 일이 거의 없다"며 "토론과 협상을 통해 합의점을 도출하며 국정을 안정적으로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고자 : 로잔(스위스)=백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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