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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 세계 1위 스위스 산학협력 현장 가보니

스위스는 지난해 세계지식재산권기구(WIPO)가 발표한 글로벌 혁신 지수에서 12년 연속 1위를 차지했다. 스위스 벤처 캐피털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스위스 스타트업은 40억 프랑(약 5조6200억원)의 투자를 유치했으며 이는 전년 대비 약 30%, 5년 새 4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세계 최고 수준의 교육기관과 기업 간의 긴밀한 교류는 스위스 혁신의 비결로 꼽힌다. '유럽의 MIT'라 불리는 취리히 연방 공과대(ETH)와 로잔 연방 공과대(EPFL) 등 이공계 대학을 중심으로 스타트업부터 대기업을 아우르는 강력한 네트워크가 형성돼 있다. 한국·스위스 수교 60주년을 맞아 스위스 산학 협력 현장을 찾아 혁신 강국의 비결을 탐색했다.

◇수업 과제가 창업으로 연결

아인슈타인 등 22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한 ETH는 산학 협력의 선두 주자로 꼽힌다. 지난달 윤석열 대통령이 국가 양자 기술 전략을 마련하기 위해 석학들을 찾아간 곳도 ETH였다. ETH는 1973년 이래 540개 스타트업을 배출했다. 지난해에만 26개 스타트업이 ETH에서 분사했다. 이 중 4곳은 대학생들을 위한 ETH의 창업 워크숍에서 출발했다.

지난 13일(현지 시각) 방문한 ETH의 게임 테크놀로지 센터 곳곳엔 세계 명화들이 설치돼 있었다. 한 연구원이 모나리자 그림에 태블릿 카메라를 갖다 대자 화면 속에 인공지능(AI) 캐릭터가 튀어나와 그림을 설명했다. 그림 속 동물들의 이름과 실제 모습을 알려주고, 2D 그림을 입체적인 3D 화면으로 바꿔 보여주기도 했다.

ETH에선 기업에서 오랜 경력을 쌓은 전문가들이 수업을 개설한다. 그러면, 이런 수업에서 낸 학생들의 아이디어가 창업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게임 테크놀로지 센터를 설립한 밥 서머 교수는 디즈니 연구소 출신. 10년 전 ETH에서 게임 프로그래밍 수업을 열었다. 14주 동안 비디오게임을 만드는 수업에 학생들은 열광했고, 수업이 끝날 때쯤 학생들은 "수업을 계속하고 싶다"고 서머 교수에게 제안했다. 현재 센터는 증강현실 기술을 기반으로 스타트업을 설립, 지역 미술관과 협력해 실제 큐레이터들이 콘텐츠를 만들 수 있도록 기술을 빠르게 상용화했다.

스위스 바젤대학교에서 만난 스타트업 '봇뉴로'는 헬멧 형태의 알츠하이머 치료 기기를 선보였다. 3D 프린터로 출력한 맞춤형 헬멧을 쓰면 미세한 전류가 흘러 경도 인지 장애를 치료한다. 헬멧은 태블릿과 연결돼 환자가 직접 실시간으로 치료 과정도 관리할 수 있다. 공동 창립자인 알루이 호프는 "봇뉴로는 바젤대의 연구 과제에서 출발해 바젤대 혁신처의 창업 교육을 받고 분사한 스타트업"이라고 했다.

◇대기업부터 스타트업이 한곳에

ETH와 양대 산맥을 이루는 EPFL은 학계와 기업의 교류를 전담하는 혁신센터를 두고 있다. 지난 16일 EPFL 혁신센터에 들어서자 시스코, 네슬레 등 익숙한 기업들의 연구 센터 간판이 보였다. 총 5만㎡ 규모의 혁신센터에는 26개 대기업, 120개 이상 스타트업이 입주해 있다. 입주한 기업끼리 협력을 통해 새로운 기술 혁신을 일으킨다. EPFL에서 설립된 기업 '알마텍'은 탄소 배출량이 '제로(0)'인 수상 셔틀을 개발 중이다. 알마텍 관계자는 "수상 셔틀에 필요한 탄소 섬유나 연료 전지를 이웃 스타트업들로부터 공급받고 있다"며 "수심을 재는 센서 개발은 EPFL 기계공학과 학생들의 도움을 받았다"고 했다.

EPFL 혁신센터는 초기 단계 스타트업부터 혁신이 필요한 대기업까지 단계별로 맞춤형 교육을 제공하고 있다. 지오반니 포르셀라나 EPFL 혁신센터 사업 개발 담당자는 "점진적으로 혁신하는 기존 기업과 새로운 혁신을 추구하는 스타트업, 파괴적인 혁신을 일으키는 학계의 3박자가 맞아떨어져야 한다"고 했다.

[그래픽] 스위스 대학에서 설립된 스타트업

[그래픽] 2022년 글로벌 혁신 지수(GII) 순위 기고자 : 취리히(스위스)=백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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