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종이신문보기

MZ세대, 공정 문제로 판단

'아들 학교폭력(학폭)' 논란이 불거진 신임 국가수사본부장이 곧바로 낙마한 것은 학폭이 부동산 이상으로 여론을 자극하는 민감한 문제가 됐다는 의미다. 특히 MZ 세대는 과거와 달리 학폭 문제에 단호히 대처해야 한다는 인식을 갖고 있고, 학폭 가해자가 '부모 찬스'를 써서 책임을 피하려 했을 경우 공정과 직결된 문제라고 판단한다는 것이다.

학폭에 대해 엄격하고 민감한 여론의 잣대는 스포츠와 문화계에서 먼저 나타났다. 국내 프로야구 최고 투수로 꼽히는 안우진(23) 선수는 고교 시절 '야구부 후배 폭행' 이력이 문제가 돼 지난달 4일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 국가대표팀 최종 명단에서 제외됐다. 안 선수는 학폭 문제로 2017년 받은 자격 정지 3년 징계가 끝났지만, 여론은 여전히 냉랭하다. 넷플릭스 예능 '피지컬: 100'의 한 여성 출연자도 온라인 커뮤니티에 중학교 시절 학폭 가해를 했다는 글이 올라오며 비난 여론이 확산하자 지난 25일 소셜미디어에서 공개 사과했다.

학폭 피해자의 복수를 그린 드라마 '더 글로리'의 흥행도 학폭 문제에 대한 민감성을 키웠다는 분석이다. 국가수사본부장 임명자 아들의 학폭 논란이 불거지자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는 지난 25일 "왜 국민들이 '더 글로리'에 열광했겠느냐"며 "상식과 정의를 저버리는 모습을 갚아나가는 부분에 국민들이 공감하는 부분이 컸을 것"이라고 했다. 정의당 이정미 대표도 페이스북에서 "(수사본부장에 임명된) 정순신 아들의 학폭 그 자체도 문제지만, 이후 대처 과정에 법조 권력을 동원해 아들을 변호했다는 사실이 더 충격적"이라며 "한마디로 '더 글로리' 현실판"이라고 했다. 정순신 변호사가 아들의 전학 처분에 맞서는 소송을 대법원까지 끌고 간 점을 지적한 것이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이번 사태는 여론의 민감성이 큰 '학폭'과 '부모 찬스'라는 두 가지 강력한 코드가 만나며 발화성이 컸다"며 "국정 운영에 효율성만 추구할 것이 아니라 국민들이 어떻게 생각하고 이해하는지도 반영해야 한다"고 했다. 기고자 : 김승재 기자
본문자수 : 1020
표/그림/사진 유무 : 없음
웹편집 :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