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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달 12일 WBC 한국과 붙는 체코

체코는 야구의 변방이라 불리는 유럽 국가 중에서도 최약체 중 하나로 꼽힌다. 프로리그 없이 자국 아마추어리그(체코 엑스트라리그)만 하나 있다. 하지만 체코는 프로 선수들에게 뒤지지 않는 열정과 끈끈한 조직력을 앞세워 국제대회 예선을 통과, 다음 달 개막하는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 본선에서 한국, 일본 등과 맞붙는다.

체코는 지난해 9월 독일에서 열린 WBC 유럽 예선에 순수 아마추어로 팀을 구성해 미국 마이너리거들이 가세한 독일, 스페인 등을 제치고 당당히 본선 티켓을 따냈다. 첫 경기에서 스페인에 7대21로 크게 졌으나 패자 결승에서 다시 만나 3대1로 깨끗하게 설욕했다.

그라운드에선 한 유니폼을 입고 뛰지만, 일단 야구장을 벗어나면 각자 다른 길을 간다. 스페인과의 패자 결승에서 6과 3분의 1이닝 1실점으로 호투하며 승리를 이끈 간판 투수 마틴 슈나이더(37)는 본업이 소방관이다. 그는 리그가 주말에만 열리는데도 주말 근무 때문에 세 경기 중 한 번 정도는 빠져야 했다. 팀의 주장이자 3루수 페트르 지마(34)는 금융 애널리스트, 외야수 아르노스트 두보비(31)는 고등학교 지리 교사다. 포수 마틴 체르벤카(31)는 플라스틱 제조회사 세일즈맨이고, 투수 루카스 에르콜리(27)는 체코 야구 협회 홍보 담당자다. 파벨 하딤(52) 감독은 본업이 신경과 의사다.

WBC 본선에서 체코가 한국, 일본을 상대로 이기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오타니 쇼헤이(LA에인절스)와 한·일 프로야구 MVP(최우수 선수) 이정후(키움)·무라카미 무네타카(야쿠르트) 등 정상급 선수들을 상대해야 한다. 최종 예선 통과 후 미국 마이너리거 선수들과 전직 메이저리거 에릭 소가드가 합류하면서 전력이 좋아졌지만 객관적으로 여전히 열세다.

주말만 짬을 내 야구를 즐기던 이들은 WBC 본선 진출이 결정된 다음에는 평일에도 퇴근한 다음 훈련에 매달린다. 주장 '애널리스트' 지마는 MLB닷컴 인터뷰를 통해 "오후 5시 30분에 퇴근해서 운동장에 달려가기만을 기다린다. 유니폼을 입으면 어린아이가 된 기분"이라고 했다. 조직력을 다지기 위해 야구뿐만 아니라 함께 축구를 하기도 한다.

하지만 체코 선수들의 각오는 남다르다. 슈나이더는 "나도 투타 겸업을 하기 때문에 오타니와 맞붙어보고 싶다. 오타니보다 내가 더 잘하고 싶다"고 했다. '세일즈맨' 포수 체르벤카는 "누구나 우리가 언더도그인 걸 알지만 무슨 일이 일어날지는 모른다. 세상을 놀라게 하겠다"고 말했다. '의사' 하딤 감독은 "작은 나라가 큰일을 할 수 있다는 꿈을 가지고 있다. 유럽 야구가 세계 야구의 중요한 일원이라는 것을 보여주겠다"고 했다. 기고자 : 김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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