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종이신문보기

수사경찰 3만명 총지휘하는 자리
尹대통령과 대검 등서 근무 인연

경찰 국가수사본부의 제2대 본부장에 검사 출신 정순신(57·사진) 변호사가 임명됐다. 국가수사본부(국수본)는 문재인 정부 때 이뤄진 검경 수사권 조정에 따라 2021년 1월 신설된 조직으로, 국수본부장은 전국 18개 시도경찰청의 각종 수사를 총괄하며 약 3만명의 수사 경찰을 지휘하는 경찰 핵심 수뇌부 중 하나다. 계급도 경찰청장(치안총감) 바로 아래인 치안정감이다.

경찰청은 윤석열 대통령이 윤희근 경찰청장의 추천을 받아 24일 제2대 국가수사본부장에 정 변호사를 임명했다고 이날 밝혔다. 오는 26일 2년 임기를 시작한다. 경찰 인사와 무관하게 법적으로 임기가 보장되고, 경찰청장도 국가 재난에 준하는 상황을 제외하고는 국수본부장에게 개별 사건에 대한 지휘를 할 수 없도록 돼 있다.

정 변호사는 부산 대동고와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1995년 제37회 사법시험에 합격한 검사 출신이다. 인천지검 특수부장을 지냈고 2016년 국정 농단 의혹 수사에도 참여하는 등 수사 전문가 중 한 사람으로 꼽힌다. 2020년 법무연수원 용인분원장을 끝으로 검찰에서 퇴직하고 법무법인 평산 대표 변호사로 일했다. 작년 1월까지 대장동 사건의 김만배씨 변호인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윤석열 대통령과도 인연이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사법연수원 4년 후배인 데다, 윤 대통령이 대검 중앙수사2과장이던 2011년 대검 부대변인으로, 대통령이 2018년 서울중앙지검장을 맡았을 때 중앙지검 인권감독관으로 일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 이원석 검찰총장과 사법연수원 동기다.

경찰청 관계자는 "정 변호사는 검찰 주요 보직을 두루 거치며 다양한 경험과 노하우를 갖춘 사람으로, 경찰의 수사 역량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고려해 그를 추천했다"고 밝혔다. 또 경찰 내부에서 승진시키려고 해도 치안정감이 될 수 있는 치안감 가운데 수사 전문가를 찾기 어렵다는 점도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2021년 1월 출범한 국수본이 그간 내세울 만한 뚜렷한 수사 성과가 없었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하지만 경찰 내부는 술렁이는 분위기다. 국가수사본부는 검사의 수사지휘권 등 검찰 통제로부터 경찰이 벗어났다는 점을 상징하는 조직으로 인식돼 왔기 때문이다. 윤석열 정부 들어 행정안전부 내 경찰국이 생긴 데 이어, 검사 출신 국수본부장까지 나온 것을 두고 경찰 내부에선 '독립성 침해'라고 인식하는 사람이 적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한 경찰 고위 관계자는 "검찰의 경찰 장악이 시작됐다"며 불만을 표시했다.

또 다른 경찰 고위 관계자는 "검찰과 수사권을 두고 아직도 여러 현안에서 다투고 있는데 검찰 출신의 국수본부장이 경찰 입장을 제대로 대변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했다. "검경 수사권 조정을 무력화하는 시도"라는 반응도 많았다. 기고자 : 이해인 기자
본문자수 : 1389
표/그림/사진 유무 : 있음
웹편집 :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