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區의 숙소 지원 끝나자 돌아와

지난달 20일 새벽 서울 강남의 마지막 판자촌으로 불리는 강남구 구룡마을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큰불이 나 집 60여 채를 태우는 바람에 68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지난 20일, 당시 잿더미가 된 집터에 가로 6m, 세로 3m 크기인 텐트 3동(棟)이 들어섰다. 이달 20일부로 강남구에서 제공한 임시 숙소 사용 기한이 끝나자 갈 곳이 없어진 사람들 25명이 돌아온 것이다.

지난 22일 한 달 전 화재가 났던 구룡마을 4지구에 들어서자 매캐한 탄내가 가득했다. 마스크 없이 30분 정도 있으니 목이 칼칼하고 코가 건조했다. 까맣게 그을린 집들이 무너져 형체를 알아보기 힘들었다. 잿더미에 파묻힌 밥그릇, 다 타버려 사진이 보이지 않는 아기 첫돌 앨범 등이 뒤엉켜 있었다. 바닥엔 재가 쌓여 신발이 푹푹 들어갔다.

그런 자리에 25명이 생활하는 텐트 3개가 들어서 있었다. 대부분이 60대 이상으로 최고령자는 90세 할머니다. 청소 등의 직업이 없는 주민들은 기초생활수급자가 대부분인데 가진 돈으로 지낼 곳을 마련하기 어려워 텐트 생활을 시작했다. 텐트 비용은 주민들이 모은 돈과 화재 때 시민들이 후원한 돈으로 해결했다. 텐트 3개 중 2개는 남자 12명이 쓰는 숙소, 여자 13명이 쓰는 숙소로 쓰고, 나머지 하나는 부엌으로 쓴다. 내부에 들어가 보니 텐트 바닥은 두께 7㎝ 정도 스티로폼을 깐 뒤 얇은 이불 4개, 전기장판 4개를 이어붙여 덮어둔 것이 전부였다. 텐트 복판엔 연탄 9개가 들어가는 난로 하나가 놓여있었다.

서울주택도시공사(SH)는 월세 약 8만~22만원 안팎과 별도의 관리비를 내면 임대주택에 임시로 거주할 수 있다고 제안했지만, 이들은 그 돈을 내고 나면 식비 등이 부족해 생활이 아예 안 된다고 한다. 구룡마을 4지구 화재민 비상대책위원장 박모(74)씨는 "거동이 불편한 어른들이 소득 없이 기초연금 등으로 간신히 사는데 임대주택비와 관리비를 내기 어렵다"고 말했다. 구룡마을에 35년간 거주한 장원식(73) 안디옥 교회 목사는 "임대주택에 들어가도 나중에 보증금·임대료가 잔뜩 오를까 봐 걱정"이라며 "새벽 일찍 도심에 청소일 가는 어르신들도 다른 동네 임대주택에 가면 출근을 못 해 수입이 끊긴다고 한다"고 전했다.

구룡마을에 산 지 35년 된 할머니 김모(90)씨는 입고 있던 보라색 패딩을 비롯한 옷들을 3일째 못 갈아입고 있었다. 자식과 연이 끊긴 지 20년가량 된 김씨는 "잘 때 코랑 얼굴이 너무 시리고 온 몸이 쑤시고 아프다"며 "춥고 아프니 (자식들) 생각이 많이 난다"고 말했다.

강남구청은 텐트살이를 시작한 사람들에 대한 중장기적인 별도 추가 지원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이미 최근 한 달간 임시 숙소와 식사 및 방한용품 등을 제공했다는 것이다. 다만 앞으로 이재민 68명 전체를 대상으로 가구원 수에 따라 1가구당 280만~380만원 안팎의 추가 지원을 할 생각이다. 기고자 : 박진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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