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종이신문보기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최근 우주 산업 경쟁에서 번번이 고배를 마시고 있습니다.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의 기술 이전 사업에 이어 한국형 위성항법시스템(KPS) 개발 사업, 한국우주기술진흥협회 회장 자리까지 경쟁 기업들에 줄줄이 내줬습니다. 우주항공 업계에서는 "민간 우주 시대에 경쟁이 활발해지며 KAI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는 말이 나옵니다.

KAI는 다목적 실용위성 아리랑, 정지궤도 기상위성 천리안과 차세대 중형위성 개발에 모두 참여했고 국산 우주발사체 누리호 개발 과정에선 총조립을 담당했습니다. 한국 우주산업과 방위산업에서 KAI는 빼놓을 수 없는 존재였습니다. 하지만 요즘 분위기는 심상치 않습니다.

강구영 KAI 대표와 손재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표가 맞붙은 한국우주기술진흥협회 신임 회장 선거가 대표적입니다. 이 협회는 우주 관련 대기업과 중소기업들이 결성한 단체로, 최근 민간 우주산업이 활성화되고 윤석열 정부도 우주산업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을 약속하면서 어느 때보다 새 회장 선거에 업계의 이목이 쏠렸습니다. KAI는 강 대표 당선을 위해 총력전을 벌였지만 지난 22일 협회 이사회는 표결 끝에 손재일 대표를 회장으로 내정했습니다.

이뿐만 아닙니다. 지난해 누리호 개발을 위한 기술 이전 대상 기업 선정에 KAI와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입찰했지만, 선정된 기업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였습니다. 2035년까지 4조원 가까운 예산을 투입해 미국의 GPS(위성항법시스템) 같은 독자적인 시스템을 개발하는 KPS 사업에서도 KAI는 자존심을 구겼습니다. 대한항공에 밀려 탑재 장비를 실어 나를 위성 제작 기업 선정에서 탈락한 것입니다.

KAI가 경쟁에서 밀린 것은 과거와는 확연히 달라진 우주산업 판도 때문이라는 분석입니다. 우주산업의 주체가 국가에서 민간으로 옮겨가고 있고, 민간 기업들이 우주산업에 대거 뛰어들며 경쟁이 치열해졌습니다. 한 우주산업 관계자는 "경쟁자가 적고 정부가 사업을 주도할 때만 해도 대관 업무가 중요했다"며 "이제는 많은 민간 기업들이 기술력을 놓고 경쟁하고 있어 진짜 실력으로 승부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기고자 : 유지한 기자
장르 : 고정물
본문자수 : 1060
표/그림/사진 유무 : 없음
웹편집 :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