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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지컬: 100' 방영이 끝났다. 아니다. OTT와 유튜브 시대에 '방영이 끝났다'는 문장은 어쩐지 낡게 들린다. 언제라도 넷플릭스로 다시 볼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이럴 땐 방영이 끝났다기보다는 본방이 끝났다고 정확하게 쓰는 것이 좋을 것이다. 혹은 시즌이 마무리됐다고 써도 괜찮겠다. 야구도 아닌 TV 프로그램에도 시즌을 논하는 시대가 됐다. 참 세상 빠르게 바뀐다.

MBC와 넷플릭스가 만든 '피지컬: 100'은 흥미로웠다. '가장 완벽한 피지컬을 가진 최고의 몸'을 찾는 이 서바이벌 예능은 생각과는 좀 달랐다. 나는 2000년대 이후 나온 미국 리얼리티 예능의 팬이다. 육체적인 대결을 소재로 한 예능도 꽤 있었다. '피지컬: 100'도 미국 예능을 참고해서 제작했을 것이라 짐작했다. 나는 편안하게 몸과 몸의 격돌을 감상할 생각이었다.

편안하게 볼 수가 없었다. 미국 피지컬 예능은 대부분 아주 순식간에 진행되는 코스 경기다. 사람을 한계까지 밀어붙이지만 어디까지나 스포츠의 영역이다. '피지컬: 100'은 달랐다. 사람을 한계까지 밀어붙이기 위해 설계한 '형벌'로 가득했다. 나는 깨달았다. 이건 피지컬에 대한 예능이 아니었다. 지독함에 대한 예능이었다. 한국인의 지독함에 대한 예능이었다.

'피지컬: 100'이 넷플릭스 전 세계 최고 인기 프로그램에 오른 이유도 바로 그 지독함에 있을 것이다. 피학적 개그에 능한 미국도 가학적 예능에 능한 일본도 이런 프로그램을 만들 수는 없다. 아니, 콘셉트는 따라 할 수도 있다. 하지만 피를 토하고 영혼이 분리되기 직전의 참가자에게 "니 벌써 집에 가고 싶나!" 하고 외치는 '행님'들이 없으면 같은 느낌은 나올 리 없다.

한국 프로그램은 지독하다. 넷플릭스에서 세계적 인기를 모았던 작품의 제목들을 떠올려보시라. '오징어 게임' 'D.P.' 제목도 '지옥'이 있다. 심지어 연애 예능도 '솔로지옥'이다. 전 세계인들을 숨죽이게 만든 '더 글로리'는 어떤가. 학폭과 복수의 지옥이다. 우리는 심지어 피지컬 예능을 만들면서도 상상할 수 있는 가장 무시무시한 육체의 지옥을 창조했다. 인기가 없을 수가 없다. 확실히 지금 한국은 전 세계 문화에서 '매운맛'을 담당하고 있다. 김치를 팔면서 다른 매운맛도 수출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인은 지독해'라는 반응을 찾기 위해 영어권 커뮤니티에 접속했다. 어럽쇼, 그들은 오히려 한국인의 육체미에 환호하고 있었다. 이제 뭘 잘 모르는 외국인은 한국 하면 '잘생기고 춤 잘 추고 노래도 잘하는 사람들 나라'라는 잘못된 개념에, '몸도 좋고 강한 사람들 나라'라는 더 잘못된 개념까지 얻게 됐다. 어쩌겠는가. 나도 어린 시절에는 미국 사람은 다 키 크고 잘생겼고 프랑스 사람은 다 로맨틱하고 요리도 잘하는 줄 알았다. 그러니 독자 여러분과 나처럼 피지컬 파워가 없는 사람은 소프트 파워가 불러온 오해를 즐기면 된다. 기고자 : 김도훈 문화 칼럼니스트
장르 : 고정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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