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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경기둔화에 3.5%로 동결… 7연속 인상 후 속도조절

한국은행이 23일 금융통화위원회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현 수준인 연 3.5%로 동결하기로 결정했다.

한은은 2021년 8월 연 0.5%였던 기준금리를 0.75%로 인상한 것을 시작으로 지난해 4월부터 지난달까지 일곱 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올리는 등 긴축의 고삐를 조여왔는데, 이번엔 '숨 고르기'에 들어간 것이다. 미국·유럽 등이 지난해 이후 인플레이션 방어를 위해 공격적으로 금리를 올리는 가운데 주요국 중 처음으로 연속 인상을 멈췄다. 가라앉는 경기를 고려하면서 물가 상승세를 일단 지켜보기 위한 결정이라고 한은은 설명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이날 회의 후 기자 간담회에서 "이번 결정을 금리 인상 기조가 끝났다는 의미로 받아들이지 않았으면 한다"며 추가 인상 가능성을 열어뒀다. 그는 "금리 인상 후 물가에 미치는 효과를 지켜보겠다는 뜻"이라며 "자동차를 운전할 때 안개가 가득해 어느 방향인지 몰라 차를 세우고 기다리는 것과 비슷한 상황"이라고 했다. 기준금리를 인상하면 시차를 두고 물가에 효과가 반영되기 때문에 앞으로 몇 달 동안은 지난달까지의 인상 효과를 지켜보겠다는 뜻이다.

이 총재는 "정부가 최근 잇달아 민생 안정 대책을 내놓는 가운데 한은도 물가보다 경기를 우선한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경기도 고려하겠지만 물가가 우선"이라고 선을 그었다. 기준금리를 내리는 '피벗(pivot·전환)' 시점에 대해선 "가능성 언급 자체가 시기상조"라고 했다.

한은의 금리 동결에도 불구하고 물가 상승률이 여전히 높고 미국 금리와의 역전 폭이 더 벌어질 수 있는 등 불안 요소가 적지 않은 상황이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5.2%로 전월(5.0%)보다 오히려 올라갔다. 한은의 목표치(2%)보다 두 배 이상 높은 수준이다.

이날 발표된 1월 생산자물가도 전월보다 0.4% 상승했다. 지난해 11~12월 연속 하락하다가 석 달 만에 반등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긴축 기조 강화로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이 최근 크게 상승한 것도 수입품 물가를 올라가게 해 인플레이션을 악화시킬 수 있는 요인이다.

이날 증시는 긴축 완화 기대감에 상승했다. 코스피와 코스닥지수가 각각 0.9%, 0.6% 올랐다. 기사 A3면 기고자 : 김신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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