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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정치권의 '은행 때리기'에는 여야가 따로 없습니다. 국회에서는 여당인 국민의힘과 야당인 더불어민주당 의원들 모두 "고금리 시대에 막대한 수익을 올린 은행이 뭔가 더 내놔야 한다"는 취지의 법안을 계속 발의하고 있습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인 국민의힘 김희곤 의원은 은행법의 목적에 '은행의 공공성 확보'를 추가하는 법 개정안을 지난 21일 발의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의 "은행은 공공재" 발언과 같은 맥락입니다. 은행들이 수익의 일부는 어려운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취약 계층을 돕는 데 써야 하고, 경제 상황이 악화하면서 대출이 부실화하는 것에 대비해 대손충당금도 충분히 쌓아야 한다는 겁니다.

같은 날 더불어민주당 김병욱 의원이 낸 서민금융법 개정안은 더 구체적입니다. 현재 은행들은 관련 법령에 따라 가계 대출금의 0.03%를 햇살론 등 서민 금융 상품의 재원으로 냅니다. 김 의원은 이 비율을 두 배 수준인 0.06%로 높이는 법 개정안을 발의했습니다. 이미 무소속 양정숙 의원도 지난달 9일 은행 등 금융사가 예금과 대출 금리 차이를 통해 올린 수익의 일부를 거둬서 서민 금융 상품의 재원으로 삼자는 서민금융법 개정안을 낸 바 있습니다.

은행을 대상으로 한 '횡재세(windfall tax)' 논의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횡재세는 과거에 비해 일정 기준 이상의 이익을 낸 기업에 대해 추가로 물리는 일종의 '초과 이익세'입니다. 지난해 9월에는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이 에너지 가격과 금리 상승으로 많은 수익을 낸 정유사와 시중은행을 대상으로 횡재세를 물리는 법인세 개정안을 냈습니다. 민주당 민병덕 의원도 기준금리가 1년 이내에 1%포인트 이상 급등할 경우 최근 5년 평균 이자 수익의 120%를 넘어서는 '초과 이익'의 7~10%를 중산층·서민 금융 지원 재원으로 삼는 은행법 개정안을 발의할 계획입니다.

은행들이 고금리로 고통받는 고객을 외면하고 성과급·퇴직금 등 '돈 잔치'를 벌이고, 코로나 사태로 단축된 영업시간을 복원하는 데 미온적인 모습을 보이면서 악화됐던 여론이 부메랑처럼 돌아오는 모습입니다. 다만 은행원들 사이에선 "원래 대기업·고소득층에 비판적이었던 진보 진영뿐 아니라 시장 원리를 중시하는 보수 정부까지 은행을 이렇게까지 압박할 줄은 몰랐다"는 반응이 나옵니다. 기고자 : 홍준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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