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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7년 7월 일본 중의원에 '은퇴장물자 등에 관한 특별위원회'가 설치된다. 은퇴장물자(隱退藏物資)란 전쟁 종료 후 자취를 감춘 전시 물자를 말한다. 일본 정부는 전시 경제를 가동하며 민간 징발 등을 통해 막대한 군수 물자를 곳곳에 비축해 두고 있었다. 전쟁이 끝났음에도 국민의 피눈물이 담긴 전시 물자의 행방이 묘연하고 일부는 암시장에서 유통되고 있다는 의혹이 잇따르자 물자 부족과 인플레에 신음하던 시중의 불만이 폭발했고, 이에 의회 차원에서 진상을 파악하겠다며 위원회를 꾸린 것이다.

전시 물자의 상당수는 구(舊)군인, 관료들에 의해 빼돌려져 사설 금융업자나 브로커를 통해 암시장으로 흘러들어간 것으로 추정되었다. 그 과정에서 불법 정치자금이 뿌려진 정황도 있었다. 미 군정청 관계자가 '사상 최악의 국가 사기'라고 표현할 정도로 전전(戰前) 지배층의 추악한 도덕성을 드러내는 대형 스캔들이었지만, 위원회 활동을 통해 처벌받은 대상은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았다. 위원회 수사 권한에 대한 법적 근거도 미비했고, 정치적 이해관계가 얽힌 상황 속에서 이 문제에 대한 정치권의 의지와 자정 노력은 애초부터 한계가 있었다.

이때의 경험을 거울삼아 정치권·경제계·관료 등이 연루된 부정부패 사건을 독립적으로 수사·소추하기 위한 정예 조직으로 출범한 것이 도쿄지검 특수부(特搜部)이다. 일본 검찰의 특수부는 '록히드 사건'으로 전직 총리를 법의 심판대에 세우는 등 '법 앞의 평등' 실현에 대한 국민적 기대에 부응하며 높은 신뢰를 받고 있다. 검찰이 권력기관이라 할지라도 독재 권력이 될 수는 없다. 권력 남용 시 그 폐해가 정치권력보다 크기도 어렵다. 검찰의 권력은 본질적으로 죄를 지은 대상에게만 작용하며, 그 최종 판단은 사법부에 맡겨져 있기 때문이다. 검찰의 권한을 '견제'를 넘어 '약체화'시키려는 정치 세력은 조지 오웰의 말처럼 자신들은 '법 앞에 더 평등한 존재'가 되고 싶은 욕망이 그 속내일 것이다. 기고자 : 신상목 기리야마본진 대표·前 주일대사관 1등서기관
장르 :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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