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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콩쿠르 실황 중계 보기를 좋아한다. 연주회가 아닌 콩쿠르에서만 느낄 수 있는 특별한 분위기가 있다. 콩쿠르는 연주자를 극도로 긴장된 상황에 몰아넣는다. 요즘은 유튜브 채널 생중계 덕분에 집에서도 현장의 치열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작년 열린 반 클라이번 국제 콩쿠르는 첫 라운드 생중계부터 봐서 그런지 참가자들에게 더욱 각별한 마음이 든다.

젊은 연주자들이 콩쿠르에 참가할 수 있는 시기는 보통 서른 살 전후다. 서른 살을 넘기면 나이 제한 때문에 아예 참가할 수 없다. 콩쿠르의 유용함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지만, 젊은 연주자들이 이름을 알리고 연주 기회를 얻을 가장 효과적인 길이라는 사실만큼은 부인할 수 없다. 그래서 그 등용문이 젊은 나이에 닫힌다는 점은 일견 잔인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매 라운드 결과 발표가 날 때마다, 실시간 댓글 창에서 일희일비하는 청중의 반응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응원하는 참가자 이름을 호명하지 않으면, 실망해서 댓글 창을 떠나는 청중도 있다. 참가자마다 지지하는 청중이 있다는 건 본선 진출만으로도 실력이 입증된다는 뜻이다.

임윤찬과 함께 준결선에 오른 세 한국인 참가자도 결선 진출자 못지않게 훌륭했다. 그들 덕분에 라흐마니노프와 프로코피예프, 슈만과 모차르트를 마음껏 즐길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콩쿠르를 통틀어 가장 좋았던 연주를 고르라면, 결선 진출에 실패한 한 참가자의 슈만 연주를 꼽을 것이다. 나는 콩쿠르가 끝난 후에도 한동안 그 연주를 반복해서 들었다.

우승자에게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지는 동안, 입상에 실패한 연주자들이 어떤 좌절감을 맛보았을지 나는 알지 못한다. 그러나 나처럼 우승자가 아닌 연주자에게서 반짝이는 빛을 발견하는 사람도 분명 있을 것이다. 결승점이라고 생각했던 지점이 때론 출발선이 되기도 하는 법. 나는 그들이 콩쿠르 결과 때문에 연주자의 삶을 냉소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도처에 숨은 청중이 앞으로 있을 활동을 응원한다는 사실 역시 잊지 말기 바란다. 기고자 : 전지영 2023 조선일보 신춘문예 단편소설 당선자
장르 : 고정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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