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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 올리자니 경기침체 우려
동결하자니 한미 금리差 커져

미국의 인플레이션이 쉽게 꺾이지 않아 연방준비제도가 긴축을 강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확산하면서 23일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한국은행의 고민이 더 깊어지게 됐다. 금리를 올리자니 경기 침체가 우려되고, 그렇다고 동결하자니 한·미 간의 금리 차이가 더 벌어져 외국인 투자 자금이 빠져나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한은은 물가를 잡기 위해 코로나 이후 연 0.5%까지 낮췄던 기준금리를 연 3.5%까지 끌어올린 상태다.

경기가 하강하지 않는 노랜딩(no-landing·무착륙) 시나리오가 나올 만큼 경기가 과열된 미국과 달리 한국은 경기 침체 가능성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22일 한은이 발표한 '2월 기업경기실사지수'에 따르면 반도체 등 주력 산업의 경기 악화로 제조업 업황 BSI가 전월보다 3포인트 하락한 63을 기록했다. 2020년 7월(59) 이후 2년 7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치다. 업황 BSI가 낮을수록 현재 경기를 나쁘게 판단하는 기업이 많다는 뜻이다.

코로나 팬데믹 당시 초저금리에 투자 열풍이 겹쳐 가계 부채가 급증한 것도 부담이다. 한국 가계 대출은 지난해 말 1867조원까지 불어나 있다.

그렇다고 기준금리 동결 결정을 쉽게 내릴 상황도 아니다. 연준이 기준금리 인상에 속도를 더 내면 미국 금리가 한국보다 높은 '금리 역전' 현상이 더 심각해질 수 있다. 미 기준금리는 연 4.5~4.75%로 한국보다 이미 1.25%포인트 높다. 미 금리가 한국보다 높은 상황이 장기화하면 글로벌 투자 자금이 더 안전하면서 금리까지 높은 미국으로 옮겨갈 가능성이 커진다.

계속 오르는 물가도 부담이다. 원자재 가격 상승 등의 여파로 물가 상승률이 여전히 높아 금리를 올려 대응해야 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시장 전문가들은 이번 회의에서 한은이 기준금리를 올리기보다는 동결할 가능성이 약간 더 크다고 평가하고 있다. 21일 금융투자협회가 집계한 시장 전문가 설문에 따르면 66%가 기준금리 동결을 예상했다. 인상한다고 답한 이들 대부분은 인상 폭을 0.25%포인트로 전망했다. 기고자 : 김신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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