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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피드스케이팅 단거리 간판 김민선(24·의정부시청)은 0.12초 차로 '월드컵 전관왕'을 놓쳤다. 작년 11월부터 이달까지 열린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월드컵 1~5차 대회 500m에서 모두 금메달을 따낸 그는 마지막 6차 대회 500m에선 간발의 차로 2위를 했다. 김민선은 스타트는 늦지만 스피드를 유지하는 지구력이 좋은 선수다. 첫 100m 구간에서 4위를 해도 결승선은 1위로 통과하곤 했다. 그런데 마지막 대회에선 그게 통하지 않았다. 첫 100m를 전체 2위로 주파했지만, 후반에 힘을 발휘하지 못해 결승선도 2위로 통과했다.

그 배경엔 체력 문제가 있었다. 넉 달간 국내외를 오가며 쉴 새 없이 달리느라 힘이 부쳤던 것이다. 이번 시즌은 유독 국제 대회가 많았다. 월드컵 6번에 3년 전 새로 생긴 4대륙선수권, 2년 주기인 동계 유니버시아드 등이 겹쳤다. 그 일정 사이엔 전국동계체육대회(동계체전)도 있었다. 김민선은 동계체전까지 참가하느라 강행군을 해야 했다. 미국에서 지난달 24일 귀국한 뒤 시차 적응도 못 끝낸 채 27~29일 서울 태릉에서 열린 동계체전에 출전했다. 일주일 뒤인 2월 초 다시 유럽으로 출국해 11일 월드컵 5차 대회에 나섰다.

전국체육대회나 동계체전은 세계적인 선수들도 건너뛰기 어려운 국내 대회다. 국제 대회에서 전력을 다한 직후 불완전한 컨디션으로 나서기도 한다. 이번 시즌 4대륙선수권에서 금메달을 딴 피겨스케이팅 이해인(18·세화여고)은 귀국하자마자 눈에 다래끼가 난 채 체전에 출전해 고등부 4위에 머물렀다. 이런 고난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김연아, 박태환 등 스타 선수에게도 예외가 아니었다. 선수 본인이 출전을 원한다고들 하지만, 소속팀의 강권 등이 있어 불참하기는 쉽지 않다. 이번 동계체전도 소속한 경기도의 종합 20연패가 걸려 있던 데다, 빙속 국제 대회와 일정이 겹치자 빙속 종목만 3주 앞당겨 사전 경기로 열렸다.

물론 체전도 중요한 대회이고 각 팀 사정도 있다. 지자체는 적잖은 예산을 들여 실업팀을 꾸려 선수들이 훈련할 환경을 마련하고, 선수들은 체전에서 팀을 대표해 타 지자체와 경쟁을 벌인다. 그 과정에서 유망주가 탄생하고 국가 대표로 발돋움한다. 체전은 지자체 팀이 존속하는 가장 큰 이유다.

그렇지만 무리한 출전은 결국 경기력 저하로 이어진다. 부상 위험이 늘고 '선수 수명'이 줄어들 수 있다. 특수한 상황에서 일정과 체력 등 여건이 따르지 않는다면 체전을 건너뛸 수 있게 한다면 어떨까. 실업팀 선수에게 체전은 마땅히 출전해야 하는 대회지만, 현실적이고 전략적인 판단으로 예외도 둬야 모두에게 이익이 된다. 지자체 실업팀 운영비는 결국 세금에서 나온다. 선수들이 국제 무대에서 날개를 펴지 못하는 걸 국민들이 바라진 않을 것이다. 기고자 : 김상윤 스포츠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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