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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명이 골고루… KGC의 '상식 농구' 통했다

안양 KGC인삼공사는 지난 시즌 프로농구 정규리그를 3위로 마친 뒤 챔피언결정전에서 서울 SK에 1승 4패로 져 준우승했다. 이번 2022-2023시즌을 앞두고선 팀 내 득점 1위였던 슈터 전성현을 FA(자유계약선수)로 내보냈다.

KGC는 전력 유출을 겪었음에도 21일 현재 33승 12패(승률 0.733)로 단독 선두다. 정규 리그를 9경기 남겨두고 2위 창원 LG에 승차 4게임 앞서 있다. 이번 시즌부터 팀 지휘봉을 잡은 김상식(55) 전 남자 농구 국가대표팀 감독의 '모션 오펜스' 전술이 빛을 발하며 KGC는 6년 만의 정규리그 우승을 눈앞에 뒀다.

◇5명 모두 슈팅 기회 엿본다

김상식 감독이 대표팀 사령탑 시절부터 추구한 '모션 오펜스'는 코트에서 뛰는 선수 5명이 모두 유기적으로 움직이며 기회를 창출하는 공격 전술이다. 공을 가진 선수 1명이 1대1로 공격에 나서고 나머지 4명은 판을 깔아주는 아이솔레이션과 상반된다. 축구로 치면 11명이 유기적으로 움직이며 공격과 수비를 함께 하는 '토털 사커'와 비슷하다. 김 감독은 "전성현의 공백을 메울 역할을 선수 1명에게 맡기는 것보다는, 골고루 기용해서 2~3명이 그 몫을 해준다면 어떨까 생각했다"며 "NBA(미 프로농구)와 유럽에서도 다 같이 득점 찬스를 보는 것이 요즘 추세다. 미국 유학과 대표팀 감독 경험이 도움이 됐다"고 했다.

KGC는 선수 5명이 끊임없이 이리저리 움직이며 득점 기회를 엿본다. KGC는 득점·리바운드·어시스트 등 각 공격 지표에서 1위는 없지만, 에이스 1명에게 의존하기보다 선수 여러 명이 고루 점수를 올리고 있다. 국내 선수 누적 득점 1~40위 중 KGC 선수가 6명으로 가장 많았다. 이번 시즌 KGC로 이적한 배병준은 평균 2.6점에서 6.3점으로 득점이 껑충 뛰어올랐다.

득점 방법도 포지션에 구애받지 않고 다양하다. 센터 오세근(36)은 지난 시즌까지 10시즌 동안 404경기에서 3점을 105개 던져 28개(성공률 26.7%) 넣었는데, 올 시즌에는 44경기에서 79개나 던져 32개(40.5%) 성공했다. 김 감독은 "이 선수가 막히면 다른 선수가 돌아 나오는 식으로 유기적으로 움직이게 한다. 득점원으로 부각되는 몇몇 선수 외에 다른 선수도 보조 역할이 아니라 언제든 득점을 터뜨릴 수 있다"고 했다. 물론 팀 공격이 잘 풀리지 않을 때는 외국인 선수 오마리 스펠맨이나 가드 변준형 등이 개인기를 발휘해 승리에 앞장서기도 한다.

선수들은 시즌을 앞두고 열린 컵대회에선 변화된 전술에 혼란스러워했으나 어느 정도 익숙해진 정규리그에선 개막 직후부터 1위 자리를 놓치지 않고 있다.

◇체력 관리로 시즌 후반 10연승 질주

모션 오펜스의 단점은 체력 소모가 크다는 것이다. 더구나 현재 KGC는 젊은 팀은 아니다. 국내 선수 평균 연령이 만 28.9세로 10팀 중 4위다. 양희종(39), 오세근 등 베테랑 선수들도 있다. 더구나 이번 시즌은 도중에 열리는 동아시아 수퍼리그 때문에 경기 일정이 더욱 촘촘했다. 이 때문에 시즌 후반 체력 문제로 순위가 하강 곡선을 그릴 것이란 예측도 나왔다.

그러나 KGC는 오히려 후반기에 10연승을 달리며 독주 체제를 굳혔다. 김상식 감독은 이번 시즌 선수들의 체력 관리에 신경을 썼다. 그는 "선수들에게 휴식을 충분히 주려 한다. 경기에서 많이 뛴 선수들은 다음 날 훈련에서 제외시킨다"며 "훈련에서도 체력 회복과 분위기 유지에 신경을 쓴다"고 했다. 훈련량을 최소화하고 에너지를 경기에 쏟는다는 것이다. 수비도 바뀌었다. 팀 컬러라고 할 수 있는 강한 수비는 그대로지만, 체력 소모가 큰 더블 팀(2대1 수비) 비중을 줄이고 정상적인 1대1 수비 진형에서 강하게 밀어붙이는 쪽으로 변화를 추구했다.

그 결과 경기 후반까지 좋은 경기력이 이어졌다. KGC는 지난 시즌 4쿼터에 평균 19.1득점(10위) 21.0실점(10위)으로 유독 약했다. 반면 올 시즌에는 평균 19.0득점(6위) 18.4실점(4위)으로 많이 나아진 모습이다.

KGC는 이정현(서울 삼성)이 있던 2016-2017시즌 통합 우승한 뒤 정규리그 우승이 없다. 1위 KGC가 9경기, 2위 LG가 11경기를 남겨둔 가운데 KGC는 매직넘버 7로 우승을 조기에 확정할 수도 있는 분위기다. 그렇지만 김 감독은 "감독 입장에선 긴장을 늦출 순 없다. 한 경기 한 경기 이기다 보면 우승이 따라올 것이란 생각으로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그래픽] 김상식 감독의 '토털 농구' 기고자 : 김상윤 기자
장르 : 고정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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