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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초, 일본 후쿠이현의 에치젠시(越前市)에서 지역사회의 노쇠 예방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를 볼 기회가 있었다. 일본에서 공부했던 한 지인이 "한국의 어르신 노쇠 예방이 나아갈 길을 꼭 한번 보여주고 싶다"고 권유한 덕분이었다.

가장 먼저 방문한 곳은 한국에서 '어르신유치원'이라고도 불리는 주간돌봄센터였다. 이곳에서 총력을 기울이는 것은 한국의 장기요양등급에 해당하는 이른바 개호(介護·곁에서 돌보아 줌) 등급을 받지 않도록 어르신들의 건강을 유지해 주는 것이었다. 하루 종일 상당한 강도의 신체 활동이 이어졌는데, 가장 놀란 것은 노쇠가 확인되어 몇 달간 프로그램에 참여했던 분들의 신체 기능이었다. 주간돌봄센터에 나오시는 90대 초반 노인들의 신체 기능 점수가 우리나라 지역사회의 70대 중반 분들과 비슷했다. 2018년 일본국립장수의료연구센터의 연구에선 한국 노인들이 동년배 일본 노인들에 비해 4년 정도 더 노쇠하다는 결과를 보였다.

일본에서는 이것을 '개호예방사업'이라고 한다. 시청 공무원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니 "노쇠를 발굴해 총체적 기능인 내재 역량을 개선하고, 간병이 필요한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예방하는 것이 중점 사업"이라고 했다. 돌봄 요구가 발생하면 개인으로서는 삶의 질이 떨어지고, 지역사회에서는 많은 경제적·인적 자원이 필요하게 되는데, 이 부담이 일본에서는 지자체의 존립을 위협할 정도가 된다. 그래서 미리 예방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반면, 우리 나라에서 노쇠와 돌봄 예방의 중요성을 언급하면, 많은 이들로부터 생소하다는 대답이 돌아온다. 의료에선 질병만 치료하고, 복지에선 돌봄 제공만 담당한다. 생로병사의 과정에서 병과 장애의 사이를 잇는 거대한 다리인 '노쇠', '돌봄 예방'이라는 개념이 아직까지는 사람들에게 익숙하지 않은 탓이다. 지금은 병원을 전전하던 어르신들이 빠르게 요양원과 요양병원으로 들어가는 구조다. 노쇠와 돌봄예방, 우리도 이들의 이름을 불러줄 때, 거대한 방 안의 코끼리가 눈에 보일 수 있지 않을까? 기고자 : 정희원 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 교수
장르 : 고정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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