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튀르키예 대지진 8명 구한 한국 구호대 1진 인터뷰

"정말 지옥이 따로 없었습니다."

튀르키예 지진 피해 현장에 투입됐던 한국 구호대 1진 송희남(51) 대원은 도착 당시 현지 상황을 이렇게 전했다. 한국 구호대는 지난 9일(현지 시각) 새벽 3시쯤 튀르키예 안타키아 지역의 한 고등학교에 도착해 텐트를 치고 바로 구조 활동에 나섰다. 송 대원은 21일 본지 전화 인터뷰에서 "완전히 무너진 건물 주변에 겨우 살아남은 주민들이 담요를 두르고 떨고 있었다"며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그는 "구호대를 보고 동네 주민들이 가족을 구해달라고 매달렸다"며 "숨진 어린아이의 시신을 발견했을 때는 나도 같이 주저앉았다"고 했다. 송 대원은 "지금도 마음속에 트라우마로 남아 있다"고 했다. 그는 "일곱 살 아들을 구해달라고 매달린 아빠에게 차마 '당신 아들이 방금 전에 숨진 채 발견됐다'는 말을 못 했다"며 "그저 희망을 잃지 말라고 손을 잡아줬다"고 했다. 송 대원은 특전사 출신으로 1996년 소방청 구조대원으로 특채된 이후 27년간 사고 현장 곳곳을 다닌 베테랑이다. 그런 그의 눈에도 지진으로 폐허가 된 현장은 참혹했다.

튀르키예 지진 현장에 투입된 118명의 한국 구호대 1진은 현장에서 모두 8명을 구조했다. 임무를 마치고 지난 18일 귀국한 대원들은 현재 건강검진과 심리 상담을 받고 있다.

한국 구호대가 구한 첫 생존자는 도착 당일 새벽 6시쯤 나왔다. 시루떡 모양으로 무너진 6층 건물 안에 갇힌 70세 남성을 구했다. 그는 콘크리트 기둥 옆에 생긴 1평(3.3㎡) 남짓한 작은 공간에 있었다. 제일 먼저 생존자 구조 소식을 전한 송희남 대원은 "어두컴컴한 데다 건물이 추가로 무너질 수 있어서 조심조심 망치로 돌을 깨고 맨손으로 들어냈다"고 했다.

구조대는 11일 잔해 속에 깔린 어머니(51)와 아들(17) 모자(母子)를 구해내기도 했다. 한국 구조대는 튀르키예 구조대의 요청으로 함께 구조 작업에 들어갔다. 오후 3시쯤부터 작업을 시작해 오후 9시쯤 구조에 성공했다. 전준영(42) 대원은 "쪼그려 앉아 잔해를 헤치고 들어갔는데 아이와 엄마가 하반신이 눌린 상태로 발견됐다"며 "탈진해 의식이 거의 없었는데 두 나라 구조대가 힘을 합쳐 구조에 성공했다"고 말했다. 그는 "나도 튀르키예 대원도 함께 부둥켜안고 울었다"고 했다. 양영안(53) 대원은 "당시 현장에 있던 한국인, 튀르키예인 모두 '와' 소리를 질렀다"며 "현지 주민들은 '코리아 넘버원'이라고 외쳤다"고 했다.

구조 환경은 열악했다. 잠은 고등학교 앞뜰에 설치한 텐트 안에서 잤다. 물이 나오지 않아 제대로 씻지도 못했다. 발전기를 돌려 갖고 간 생수를 끓이고 즉석밥으로 끼니를 해결했다. 아침에는 영하 2~3도의 쌀쌀한 날씨였지만 수색에 열중하다 보니 춥다는 생각을 못 했다고 한다. 김철현(44) 대원은 "2교대로 수색 작업을 했는데 교대 시간을 넘기는 일이 많았다"며 "대원들이 너 나 할 것 없이 '여긴 내가 볼 테니 넌 다른 곳을 더 찾아봐라. 한 명이라도 더 찾아야지'라고 했다"고 말했다. 대원들은 주민들의 응원에 힘이 났다고 했다. 폐허 속에서 죽을 끓여준 주민도 있었다.

구조견 4마리도 함께 활약했다. 구조견 '토백이'는 수색 과정에서 날카로운 잔해에 앞발을 다쳐 붕대를 하고 구조 활동을 했다. 토백이와 함께 수색 작업을 한 김철현 대원은 "다행히 토백이는 건강에 이상이 없다"고 했다.

대원들은 인터뷰 말미에 "앞으로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전준영 대원은 "어린아이를 구조할 때는 한국에 두고 온 딸·아들 생각이 많이 났다"며 "앞으로 가족들에게 더 잘해야겠다"고 말했다. 기고자 : 최종석 기자 김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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