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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보전문가들이 보는 우크라·러 전쟁 향방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1년 가까이 진행되고 있지만, 전쟁은 오히려 장기화 국면을 보이고 있다. 양측이 전사자와 부상자를 포함해 20여 만명의 병력 손실을 봤고, 공식 확인된 민간인 사상자만 2만명에 육박하는 상태. 지금도 800여 만명이 집을 잃고 떠돌고 있지만, 양측은 동부 전선에서 끝이 보이지 않는 육탄 소모전을 거듭하며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국내외 전문가들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양측 모두 이제는 물러서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전쟁이 종착점을 예측할 수 없는 장기전으로 흐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로런스 프리드먼 런던대 킹스칼리지 석좌교수는 17일(현지 시각) 미 외교전문지 포린어페어스 기고에서 "러시아의 초기 공세가 무뎌지면서 장비와 탄약 재고가 고갈되고 병력 손실이 증가했다. (전쟁) 승리로 가는 길이 불투명해졌지만, 러시아는 이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며 "러시아는 대규모 희생을 감수하고 비효율적이고 비용이 많이 드는 전략으로 버티고 있다"고 분석했다.

러시아 전문가인 앤절라 스텐트 조지타운대 교수는 최근 독일 시사주간지 슈피겔과 인터뷰에서 "러시아는 여전히 그들이 우크라이나 전체를 통제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우크라이나는 전후 러시아인들이 점령한 영토를 포기하려 하지 않는다"며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 평화 협정에서 멀리 떨어져 있다"고 밝혔다.

두진호 한국국방연구원 연구위원은 올봄 러시아의 돈바스 지역 침공을 예상했다. 그는 "집중 공격을 통해 이 지역을 점령하고 정전 협정을 체결하는 것이 러시아의 1차 목표로 보인다"며 "이 공격이 실패로 끝날 경우 전쟁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대선이 각각 열리는 내년 3월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엄구호 한양대 국제학대학원 교수는 "최근 러시아에 다녀왔는데 현지 안보 전문가들은 우크라이나 물자를 소진시키며 전쟁을 소강 상태에 빠뜨리는 자국의 '진지전(陣地戰)' 전략이 효과를 거두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엄 교수는 "개전 1주년을 계기로 한 러시아 대공세 가능성은 작지만 배제할 수는 없다"며 "만약 이 공세가 실패로 끝나면 우크라이나가 여전히 빼앗긴 영토를 수복하지 못한 상황에서 서로 우위를 확보하지 못하고 사상자만 늘어나는 소모전이 2~3년 더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최강 아산정책연구원장은 "한국전쟁처럼 38선 부근에서 조금씩 밀고 밀리는 지루한 형태의 공방전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전쟁을 끝낼 수 있는 조건은 무엇일까. 최강 원장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접점을 찾기는 쉽지 않은 상황에서 제3자가 개입해야 하는데, 서방의 피로감과 (무기 지원에 대한) 내부 균열이 전쟁이 끝나는 데 크게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청한 국책기관 외교 전문가는 "전쟁을 끝내려면 양측 모두 체면을 지킬 만한 명분이 필요한데 이를 해결할 역량이 있는 나라는 중국"이라며 "시진핑 3기 출범 이후 국제 사회에서 성과를 보여주는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중재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앞으로 이 같은 비극이 반복되지 않으려면 근본적으로 러시아 국민이 달라져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미 싱크탱크 애틀랜틱카운슬의 에이드리언 카라트니키 선임연구원은 20일 포린폴리시 기고문에서 "러시아 국민이 제국주의적 사고방식을 버리고 '정상적인' 유럽 민족국가가 되지 않는다면 러시아에 대한 안전을 담보하기 어렵다"며 "제국주의가 아닌 명확한 국가 정체성에 뿌리를 둔 '시민 국가' 개념을 러시아인들이 받아들이도록 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필요하다"고 했다.

[그래픽] 우크라이나·러시아 전황

[그래픽] 숫자로 보는 우크라이나 전쟁의 경제·사회적 피해 기고자 : 워싱턴=이민석 특파원 서유근 기자 김나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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