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종이신문보기

노조 불법행위 실태조사… 정부, 전방위 대책 발표

국토교통부와 경찰 등 관계 당국이 건설 현장의 불법 행위를 집중 점검한 결과, 월례비와 노조원 채용 강요 등 건설노조의 불법 행위는 광범위하고 집요하게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한 타워크레인 기사는 임금 이외 웃돈인 '월례비'를 약 1년 동안 2억2000만원이나 받아 챙긴 것으로 확인됐다. 이를 포함해 438명이 챙긴 월례비는 총 243억원으로, 이 중 상위 20%는 1인당 최소 9500만원 넘는 돈을 챙겼다. 경찰은 작년 12월부터 특별 단속을 통해 총 400건(1648명)의 불법 행위를 적발했고 이 중 20명을 구속했다.

정부는 이 같은 불법 행위를 근절하기 위해 채용 강요와 월례비 수취에 대해선 현행 형법상의 강요·협박·공갈죄를 적용해 처벌하기로 했다. 향후 관련 법을 개정해 불법 행위를 저지른 타워크레인 기사의 면허를 취소하고, 대형 건설사에는 불법 행위 신고를 의무화하는 방안도 추진하기로 했다.

◇광범위한 노조 불법 행위

정부 실태 조사에 따르면 작년 3월 대구 중구 한 아파트 건설 현장 소장은 노조에 단체협약비 조로 9000만원을 냈다. 돈을 주지 않으면 공사 차량 출입을 막겠다는 협박을 받았기 때문이다. 호남 지역의 한 전문 건설업체는 공사 현장의 민주노총 소속 타워크레인 기사들에게 월례비라는 명목으로 매달 1인당 400만~450만원의 웃돈을 지급했다.

노조원 채용 강요도 일상적으로 벌어지고 있다. 한 하도급업체 관계자는 "공정별로 특정 조합의 고용 비율을 일방적으로 들이밀고, 따르지 않으면 해코지를 한다"며 "벽돌 한 장 날라본 적 없는 사람이 작업팀장으로 내려와도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한 민간 건설협회 관계자는 "조합원 고용 비율을 못 맞추면, 공사장 입구 앞에서 차량 10여 대를 번갈아 천천히 움직이며 막다시피 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말했다.

이미 노조가 현장을 완전히 장악해 버린 탓에 기업들은 공기를 맞추기 위해 울며 겨자 먹기로 노조의 부당한 요구를 들어주고, 노조의 세력은 더욱 불어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노조 눈치 보느라 대다수 기업은 대응할 엄두도 못 낸다"며 "정부 실태 조사에서 드러나지 않은 현장까지 감안하면 실제 피해 규모는 조 단위에 이를 것"이라고 말했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도 "건설 노조의 부당한 금품 수수와 공사 방해는 공사 비용을 증가시켜 안전·품질을 저해하고 국내 경제에도 위협"이라고 말했다.

◇월례비 요구하면 면허 취소

정부가 채용 강요와 전임비·월례비 수취 등 건설 노조의 불법 행위에 대해 현행 형법상 강요·협박·공갈죄를 적용하기로 한 것은 건폭(建暴)을 강력 범죄로 취급하겠다는 의미다. 기존에도 건설노조에 대한 고소·고발이 있긴 했지만, 대부분 민사 사건이었다. 국토부 관계자는 "현행법에도 노조 불법 행위를 처벌할 수 있는 규정이 있지만, 적용된 사례가 거의 없어 사문화된 실정"이라며 "기존 법들의 실효성을 살리고 행정 제재까지 추가해 불법을 뿌리 뽑겠다는 취지"라고 말했다.

정부 의지대로 '건폭'에 대한 처벌이 이뤄지려면 무엇보다 피해 신고가 활성화되고 이에 대한 수사가 이뤄져야 한다. 노조 대응이 어려운 하도급사를 대신해 대형 건설사인 원도급 업체와 감리 회사에 불법 행위 신고 의무를 지운 것은 이런 취지다. 또 월례비 등 건설노조에 부당한 금품을 건넨 사업자도 면허취소 등 강력하게 제재하기로 하면서 건설사 책임을 강화했다. 노조와 적당히 타협하며 이득을 취하는 것도 용납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다만 이런 조치들을 위해선 건설기계법 등 관련 법 개정이 필요해 시행까진 다소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

정부는 법 개정 전까지 공백을 없애기 위해 월례비를 받는 타워크레인 기사에게 국가기술자격법을 적용해 최대 1년까지 면허정지 처분을 내리기로 했다. 향후 건설기계관리법 개정을 통해 불법 행위를 주도한 노조 측 관계자나 연관 사업자에 대해 면허 또는 사업자 등록 취소까지 가능하도록 할 계획이다. 현장 관리감독도 지속적으로 강화하기로 했다. 경찰은 현재 진행 중인 건폭 특별 단속을 6월 25일까지 이어가고 고용노동부도 3월부터 건설현장 노사관계 불법 행위에 대한 점검에 나선다.

[그래픽] 건설현장 불법행위 근절 대책 기고자 : 신수지 기자 이해인 기자
본문자수 : 2123
표/그림/사진 유무 : 있음
웹편집 :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