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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합·건설사, '유상 옵션' 가격·항목 늘려 오른 공사비 돌려막기

20일부터 일반분양을 시작한 경기 구리시 인창동 '구리역 롯데캐슬 시그니처'는 전용면적 82㎡를 8억6900만원에 분양하면서 유상 옵션(선택 사항) 비용을 9340만원으로 책정했다. 분양가의 10%가 넘는 금액이다. 발코니 확장에만 2900만원이 들고, 보통 다른 단지에선 기본으로 제공하는 방범 방충망(398만원)과 단열필름(324만원), 디지털 도어록(48만원)도 모두 유상 옵션이다. 이를 모두 선택하면 실질 분양가가 9억6000만원을 넘는다. 롯데건설 관계자는 "기본 도어록과 방충망이 아닌 고급화한 품목을 유상 옵션으로 제공하는 것"이라고 했다.

최근 일반 분양에 나선 재건축·재개발 조합들이 분양가를 높이는 대신 유상 옵션 항목을 늘리거나, 비용을 비싸게 책정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공사비가 올라 분양가를 높게 받아야 하지만, '고분양가 논란'에 청약 미달이 발생하는 것을 막기 위해 분양가 일부를 유상 옵션으로 돌리는 것이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예전에는 당연히 기본 제공되던 것까지 유상 옵션에 포함하는 단지가 많다"며 "조합은 분담금을 낮추고 건설사는 미분양을 줄이기 위해 이런 방법을 쓴다"고 말했다.

◇옵션 다 하면 1억 안팎

서울 강동구 둔촌동 '올림픽파크포레온'(둔촌주공 재건축)도 전용 84㎡ 기준 유상 옵션 비용이 1억원을 넘어 일반분양자들 사이에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다. 시스템에어컨·고급마루 같은 것뿐만 아니라 중문(250만원)과 드레스룸 가구(537만원) 등 총 16가지를 유상 옵션으로 했다. 한 둔촌주공 일반분양 계약자는 "모델하우스를 보고 마음에 들어 계약했는데, 모델하우스처럼 꾸미려면 결국 유상 옵션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며 "분양가도 저렴하지 않은데, 조합원들은 무상으로 받는 옵션까지 수천만원을 내고 설치해야 하다니 호구가 된 기분"이라고 했다.

이미 일반분양을 마친 단지에서도 유상 옵션 비용을 놓고 조합과 일반분양자들 사이에 갈등이 벌어지고 있다. 작년 12월 일반분양을 한 서울 성북구 장위동 '장위자이 레디언트'는 이달 말 유상 옵션 계약을 앞두고 수분양자들이 조합과 시공사에 가격 조정을 요청하고 나섰다. 일부 가구·가전 비용이 비슷한 시기에 분양한 다른 단지에 비해 턱없이 비싸다는 것이다. 예컨대 장위자이는 시스템 에어컨 설치 비용이 전용 84㎡ 기준 644만원(4대 기준)인데, 비슷한 시기 분양한 경기 광명시 '철산자이더헤리티지'의 같은 옵션(472만원)보다 172만원 더 비싸다. 한 장위자이 일반분양 계약자는 "에어컨뿐만 아니라 인덕션 등 다른 가전도 차이가 크다"며 "같은 시공사가 비슷한 시기에 공급하는데 왜 차이가 나는지 납득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일반 분양자만 피해

이처럼 유상 옵션 항목이 늘고, 비용이 증가하는 것은 분양가를 높이지 못하는 조합들이 조합원 분담금을 최대한 낮추기 위해 분양가 일부를 유상 옵션비로 전가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구리역 롯데캐슬 시그니처'는 롯데건설이 시공사이지만, 유상 옵션 품목은 조합이 계약한 다른 업체가 진행한다. 분양업계 관계자는 "조합이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옵션 공사를 다른 업체에 맡긴 것으로 안다"며 "모든 옵션을 조합이 발주하는 사례는 이례적"이라고 했다.

문제는 이런 옵션 남발로 인한 피해가 수요자들에게 돌아간다는 것이다. 옵션 비용은 분양가로 보지 않는 탓에 중도금 대출 대상에서 제외되지만, 취득세 산정 시에는 집값에 포함된다. 최근 일반분양을 한 인천 미추홀구 주안동 '더샵 아르테' 전용 84㎡는 분양가가 6억원을 넘지 않아 취득세율 1%가 적용된다. 그러나 유상옵션 항목을 전부 선택할 경우 취득비용이 6억7000만원을 넘어 취득세율이 1.5%로 높아진다. 박지민 월용청약연구소 대표는 "일반분양자들은 청약할 때 분양가뿐만 아니라 유상 옵션 항목까지 꼼꼼히 살펴서 자금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했다.

[그래픽] 최근 수도권 분양 아파트의 분양가와 유상 옵션 기고자 : 신수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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