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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다 정말 공기업 되는 건가요?" 요즘 은행 관계자들은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이렇게 이야기한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30일에는 "은행은 공공재"라고 하더니 "은행의 돈 잔치가 국민들에게 위화감을 줘서는 안 된다"고 지적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금융 당국은 은행권 경영, 영업 관행, 제도 개선 TF(태스크포스)를 만들어 은행의 잘못된 행태를 고쳐놓겠다고 한다. 성과급·퇴직금 등 보수 체계도 개선하고, 사회 공헌도 더 많이 하도록 하겠다고 한다. 은행 간 경쟁 촉진과 대출 이자 외 수익 확대 방안도 모색한다고 하니 정부가 은행의 경영 방향까지도 정해주려는 모양이다.

물론 은행을 순수한 민간 기업으로 보기 어려운 측면은 있다. 은행권에서 신한·KB국민·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시장점유율은 압도적이다. 예금의 74.1%, 대출의 63.4%를 차지한다. 금융 당국이 인가·심사를 매우 까다롭게 하기 때문에 새로운 은행이 진입하기도 어렵다. 은행업이라는 링에 올라와 있는 경쟁자들의 수가 적다 보니 기존 대형 사업자들은 비교적 쉽게 수익을 낸다.

은행은 과거에 정부 지원도 받았다. 1997년 외환 위기를 계기로 은행에 들어간 공적 자금은 무려 86조9000억원이나 된다. 금융 당국 관계자는 "외환 위기 같은 상황이 다시 벌어지면 결국 정부 재정을 투입해 은행을 살리는 상황이 언제든 반복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말한다. 윤 대통령은 아예 은행을 대표적인 '주인 없는 기업'으로 지칭했다. 스튜어드십(stewardship·기관투자자의 적극적 경영 관여)이라는 낯선 단어까지 꺼내 들었다. 국민연금 기금을 동원해 은행을 '수술'하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은행에는 정말 주인이 없나. 확고한 최대 주주가 없을 뿐 은행(금융지주)에도 주주가 있다. 지난해 9월 기준 개인 소액주주 16만1188명이 신한금융지주 주식을 2조2500억원어치 가지고 있었다. 이들이 가진 주식이 전체 주식의 13.1%에 이른다. 금융 당국은 은행들이 사회 공헌에 돈을 더 많이 쓰고, 대출이 부실해지는 데 대비해 자금을 더 많이 쌓아두라고 요구한다. 그런데 이렇게 되면 주주에게 돌아가는 배당금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개인 소액주주들은 "이럴 거면 정부가 은행 주식을 사들여서 공기업으로 만들라"며 반발하고 있다.

고금리 상황에서 대출자들에게 받은 이자로 막대한 수익을 올리고, 이를 바탕으로 성과급 잔치를 벌이는 은행의 행태는 문제가 있다. 하지만 정부가 나서서 민간 기업인 은행 경영에 간섭하고 주주 이익을 침해하는 것은 문제다. 윤 대통령도 '주인 있는 기업'에 대해서 국민연금 기금이 간섭하는 것은 연금 사회주의라 비판받을 수 있다고 했다. 은행도 주주라는 주인이 있는 기업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기고자 : 홍준기 경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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