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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후·박병호 등 WBC 대표팀, 연장전 위해 맹훈련

"(이)정후, 번트 좋다!" "다 같이 (최)지훈이에게 박수!"

19일 미국 애리조나주 투손의 키노 스포츠 콤플렉스에 차려진 WBC 대표팀 훈련장. 몸 풀기를 끝낸 대표팀 선수들이 방망이를 짧게 잡고 타석 뒤에 줄지어 섰다. 선수들은 번갈아가며 마운드에 선 김민호(LG) 작전 코치가 던져주는 공을 번트로 받아내고 1루를 향해 힘껏 뛰기를 반복했다. 공이 파울 라인을 벗어나거나 힘 조절에 실패했을 땐 성공할 때까지 연습을 반복했다. 좋은 번트 타구가 나왔을 땐 김 코치가 큰 소리로 선수들을 격려하며 훈련을 이끌었다.

전날 하루 휴식을 취하고 훈련을 재개한 대표팀은 이날 번트 훈련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여러 가지 번트 상황에서의 주루 및 수비 훈련까지 했다. 이정후(키움)와 박병호(KT) 등 대표팀의 '해결사'라고 할 수 있는 중심 타자들도 예외가 없었다. 소속팀에선 번트를 댈 일이 거의 없는 이들도 집중한 눈빛으로 방망이를 잡았고, 특별한 실수 없이 훈련을 마쳤다.

대표팀이 번트 훈련에 매진한 것은 WBC의 승부치기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이번 WBC에선 9회까지 승부가 가려지지 않을 경우, 연장 10회부터 곧바로 승부치기에 돌입한다. 양 팀이 무사 주자 2루 상황에서 번갈아가며 공격을 펼친다.

이강철 대표팀 감독은 지난달 한국에서의 대표팀 예비 소집 때부터 "단기전에선 모든 팀이 좋은 투수들을 쪼개서 쓰기 때문에 어떤 경기에서든 승부치기가 나올 수 있다"며 승부치기를 특히 신경 써 왔다. 이 감독은 이날 "승부치기나 중요한 순간에선 어떤 선수든 번트를 댈 수 있어야 한다. 대회 때 실제로 이정후, 박병호에게 번트 사인을 낼지는 모르겠지만 선수들이 스스로 번트를 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정후는 "번트 사인이 나온다면 잘해내야 한다. 사인이 나오지 않는다면 번트를 대진 않을 것 같다"며 "사인이 없다면 1·2루 사이로 쳐서 안타나 진루타를 만들고 싶다. 야구는 확률 싸움인데 내겐 그게 확률이 더 높은 것 같다"고 말했다.

외야수 김현수(LG)도 승부치기에 대비해 훈련 첫날이었던 16일부터 1루 수비 훈련을 병행하고 있다. 메이저리거 최지만(피츠버그 파이리츠)이 소속팀의 반대로 합류가 무산되면서 대표팀의 1루수는 박병호와 강백호(KT)뿐이다. 박병호가 지명타자, 강백호가 1루 수비를 맡을 가능성이 크다. 경기 막판 이들이 대타, 대주자 등으로 교체돼 경기에서 빠진 상황에서 승부치기에 들어갈 때는 김현수에게 1루를 맡기겠다는 계산이다. 투수조에선 양현종(KIA)이 불펜 피칭을 했다. 공 43개를 던졌는데, 원하는 곳에 제구가 잘되는 모습이었다. 그는 "몸 상태가 70~80% 정도까진 올라온 것 같다"며 "커브가 손에서 조금 빠지는 느낌이 있었다. WBC 공인구에 더 적응해야 할 것 같은데, 선수들이 감수하고 이겨내야 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WBC 공인구는 한국 프로야구 공인구보다 표면이 매끄럽고 실밥이 밋밋해 손에서 더 잘 미끄러진다고 한다.

이날도 경기장에 일본 매체가 한국 대표팀의 훈련 모습을 취재했다. 지난 17일 일본 TBS방송이 대표팀과 NC의 연습 경기를 카메라에 담은 데 이어 이날은 교도통신의 시애틀 특파원이 경기장을 찾았다. 한국과 일본은 다음 달 10일 대회 1라운드 2차전에서 맞붙는다.

☞승부치기

야구 경기 시간 단축을 위해 도입된 룰. 주자를 누상에 놓고 이닝을 시작한다. 시작 이닝과 주자 수는 대회, 리그마다 다르다. 이번 WBC에선 연장 10회부터 무사에 주자를 2루에 둔다. 기고자 : 투손(애리조나)=김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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