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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르비아 도피한 루나 사태 주범
52조원 피해에 美, 사기혐의 기소

지난해 '루나 사태'를 일으켜 가상 화폐 투자자에게 50조원 넘는 피해를 준 뒤 현재 해외 도피 중인 권도형(32·사진) 테라폼랩스 대표가 3000억원대 비트코인을 갖고 있었다고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이 19일 보도했다. 권씨는 이 중 1000억원어치 이상을 현금으로 바꿔 도피 자금 등으로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외신들에 따르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지난 16일(현지 시각) 권씨를 사기 혐의로 기소하며 공소장에 권씨의 비트코인 보유 사실을 밝혔다. 권씨는 원래 1만개 이상의 비트코인을 '콜드월렛(cold wallet·온라인에 연결되지 않은 오프라인 가상 화폐 지갑)' 형태로 보관해 왔으며, 작년 5월 이후 비트코인을 스위스 은행 계좌로 송금한 뒤 현금화한 것으로 SEC는 파악하고 있다. 비트코인 1만개는 현 시세로 약 3200억원에 달한다. 권씨는 작년 6월부터 지금까지 비트코인을 통해 1억달러(약 1300억원) 이상의 현금을 인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루나 사태는 작년 5월 권씨의 테라폼랩스가 발행한 가상 화폐 테라와 루나의 가격이 99% 이상 폭락한 사건이다. 당시 루나와 테라가 상호 보완적으로 가격을 유지하도록 설계돼 있던 체계가 갑자기 깨지면서 피해액이 걷잡을 수 없이 불어났다.

권씨는 테라와 루나의 가격이 동반 폭락할 수 있다는 점을 알면서도 투자자들에게 이를 제대로 알리지 않았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SEC는 공소장에서 "권 대표와 테라폼랩스의 사기성 수법으로 최소 400억달러(약 52조원)의 시장가치 손실이 발생했다"며 "권씨가 미국의 투자자들을 반복적으로 오도했다"고 밝혔다. 권 대표는 국내에서도 비슷한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고, 작년 9월엔 체포영장이 발부됐다. 인터폴에도 최고 등급 수배인 '적색 수배'가 내려져 있다.

권씨는 현재 동유럽 국가인 세르비아에 머물고 있다. 그는 루나 사태가 터지기 직전인 작년 4월 싱가포르로 출국했고, 그 뒤 아랍에미리트 두바이 등을 경유해 세르비아에 들어간 것으로 수사 당국은 파악하고 있다. 검찰은 권씨가 수사를 피하기 위해 해외 도피 중인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권씨는 트위터 등을 통해 "나는 도주하고 있지 않다"고 주장해 왔다. 검찰과 법무부는 권씨 신병 확보를 위해 세르비아 정부와 수사 공조 협의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기고자 : 권순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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