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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에서 가장 빠른 저출산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는 우리나라가 그런 위험에 놓여 있습니다. 이대로 가면 2041년에 기금 지출이 수입을 웃도는 적자 발생이 시작되고, 2055년에 연금 기금은 고갈됩니다. 지금은 가입자 4명이 은퇴자 1명을 책임지지만 2060년에는 5명을 책임져야 합니다. 사실상 연금 제도는 파탄에 빠질 것입니다.
이처럼 연금 제도가 안전하지 않다는 인식이 퍼진다면 지금부터 연금 가입자는 불안해지고 덩달아 사회도 불안해집니다. 그래서 차라리 국민연금을 없애고 노후를 각자 책임지자는 목소리까지 나옵니다. 그러나 국민 개개인에게만 노후 생활 대책을 맡겨 놓는 경우 이에 대비하지 못한 사람이 생길 수 있어 사회는 더욱 불안정해질 것이고, 각자 스스로 챙겨야 하는 각자도생의 세상이 되면 사회는 과당 경쟁에 빠져들고 거칠어질 것입니다. 그래서 안정적 사회보장 수단으로 작동하는 연금 제도를 확립하는 것이 그만큼 중요합니다. 그러므로 연금 개혁이 시대적 과제일 수밖에 없습니다.
현재 우리나라 보험료율(소득 대비 보험료 비율)은 소득의 9%로 OECD 평균의 절반 수준입니다. 안전한 연금 재정 유지나 수령 연금의 수준 향상을 위하여 당연히 보험료율을 상당한 수준까지 올려야 하지만, 그러한 경우 연금 가입자가 당장 쓸 수 있는 소득은 줄어들고 소비 감소에 따라 경제 침체가 우려되기도 합니다. 또한, 연금 수령 시기를 늦추면 안전한 연금 재정 확충에 도움이 되지만 은퇴자는 실제로 은퇴 후에도 상당 기간 연금을 받지 못하게 됩니다. 그래서 더 오래 일해야 하기도 하고 정년을 늘려야 할 필요도 생깁니다. 소득대체율(수령 연금액이 생애 평균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율)에 따른 연금 수령액이 너무 적은 경우는 연금의 노후 보장 수단으로서의 사회보장 기능이 떨어지고, 이를 늘리는 경우 보험료 인상이 불가피합니다. 이처럼 다양한 요소가 결합된 문제이고, 연금 가입자와 수급자의 이해관계, 즉 세대 간의 이해관계가 엇갈리는 문제이기 때문에 해결이 쉽지 않습니다.
제대로 개혁을 하여 문제를 해결하려는 지도자는 정치적으로 손해를 입을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모른 체하고 덮어두려는 유혹에 빠지기도 합니다. 또한, 거꾸로 대책 없이 보험료율을 낮추거나 소득대체율을 높이는 등 포퓰리즘으로 접근하면 국가의 미래는 재앙에 빠질 것입니다.
그러나 제대로 된 정부라면 문제가 뻔히 보이는 일을 미루어둘 수는 없습니다. 연금 개혁의 핵심은 연금 재정의 확충이고, 그 토대 위에서 연금 수령액이 노후 보장 기능을 할 정도로 만드는 것입니다. 이러한 개혁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습니다. 그리고 연금을 내는 사람과 연금을 받는 사람이 자기 중심의 이기적 생각을 버리고 서로 이해하고 존중하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합니다. 다음 세대를 위하여 조금 희생하는 자세를 갖는다면 연금 재정 확충을 위해 보험료율 인상을 용인해야 하고, 은퇴한 사람도 수령 개시 연령을 뒤로 미루거나 좀 더 오래 일하는 것을 용인해야 합니다. 연금 개혁은 결국 세대 간 배려에 터 잡은 사랑 잇기 작업입니다.
지금 프랑스 마크롱 대통령은 국민의 강력한 저항에도 불구하고 연금 수령 시기를 62세에서 64세로 2년 늦추고자 하는 개혁 작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웃 나라 독일은 이미 연금 수령 시기를 65세에서 67세로 순차적으로 늦추어가고 있습니다. 프랑스인들이 이 정도도 후세를 위하여 양보하지 못하나 하는 실망스러운 생각이 듭니다. 이에 맞서 개혁을 관철해 나가는 마크롱 대통령이 존경스럽습니다. 나라의 미래와 후세를 위하여 연금 개혁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윤석열 대통령이 마크롱 대통령을 본받고, 우리 국민은 프랑스 국민을 본받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기고자 : 김황식 전 국무총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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