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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달 농·축·수협 등 조합장 1347명 뽑아… 선거판 과열·혼탁

17일 오전 전북 전주시 호성동에 있는 전주김제완주축협 앞. '금품(홍어 등)을 받은 조합원은 자수하여 과태료를 감경·면제받기 바랍니다'라는 내용의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다음 달 8일 '제3회 전국동시조합장선거'를 앞두고 금품 선거 제보가 들어오자 전북선거관리위원회가 지난 1일 내건 현수막이다. 선거와 관련해 금품을 받은 사람은 해당 금액의 10~50배에 해당하는 과태료 처분을 받는데 자수하면 과태료 감면 대상이 될 수 있다.

전북선관위에 따르면 지난 16일까지 총 20명이 "홍어를 받았다"며 자수했다. 전북선관위 관계자는 "전주김제완주축협 조합장 선거와 관련해서 한 예비후보가 냉동 홍어를 조합원들에게 돌렸다는 제보를 받고 경찰에 수사 의뢰한 상태"라며 "자수한 조합원을 대상으로 확인서를 받았다"고 했다.

전국 농·축·수협과 산림조합의 조합장 1347명을 선출하는 전국동시조합장선거가 다음 달 8일 4년 만에 치러지는 가운데 공식선거운동 시작(23일) 전부터 금품 살포 등 각종 불법 행위가 난무하며 혼탁 조짐을 보이고 있다. 17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선거일 20일 전인 지난 16일까지 이번 조합장 선거와 관련해 149건의 위법 행위가 적발됐다. 선관위는 이 중 62건은 고발하고 3건에 대해선 수사 의뢰했다. 나머지 84건에 대해서는 경고 등의 조치를 취했다. 2019년 제2회 전국동시조합장선거 때 같은 시기(선거일 20일 전) 적발 건수(223건)보다 위법 행위 건수는 줄었지만 고발 건수는 4년 전 60건보다 2건 늘었다.

위반 사례를 보면 현금 등 금품을 살포하는 경우가 많다. 경북선관위는 지난 2일 봉화군 한 마을회관 주변에서 조합장 선거에 출마하려는 입후보 예정자가 한 조합원에게 돈을 건네는 것을 현장에서 단속했다. 조사 결과 5만원권 20장(100만원)이 오간 것으로 드러났다. 선관위는 경찰에 관련자들을 고발했다. 또 지난 15일 경남선관위는 조합원의 집을 직접 찾아 공약을 언급하고, 현금 등 금품을 제공한 혐의를 받는 입후보 예정자 2명을 경찰에 고발했다. 전남 여수 지역 조합장선거 입후보 예정자 A씨는 지난달 "조합장이 될 수 있도록 협조해 달라"며 한 조합원에게 현금 100만원을 제공한 혐의로 경찰에 고발됐다. 전남도 선관위에 따르면 100만원을 받은 이 조합원은 다른 조합원 2명에게 각각 20만원과 30만원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불법 인쇄물 등을 뿌리는 경우도 많다. 충남선관위는 선거 입후보 예정자에 대한 불리한 내용이 포함된 불법 인쇄물을 우편으로 조합원들에게 발송한 혐의를 받는 한 조합원을 지난 9일 경찰에 고발했다. 경기도 부천시을 선관위는 조합원 1300여 명에게 선거운동 목적으로 인사장·연하장을 발송한 입후보 예정자 B씨를 지난 2일 사전선거운동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조합장 선거에서 과열·혼탁 양상이 나타나는 것은 처우가 좋고 권한 또한 막강하기 때문이다. 조합장으로 선출되면 통상 1억원 상당의 연봉과 수천만원의 업무추진비가 제공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조합 내 직원 인사, 예산 집행, 사업 추진 등에서 거의 전권을 쥐게 된다. 조합장 선거 투표권을 갖는 조합원 수는 총 260만명에 달한다.

중앙선관위 관계자는 "조합장 선거는 공직 선거와 달리 후보자와 조합원 간 친분에서 나타나는 은밀성 등으로 돈 선거 발생 가능성이 크다"며 "전체적인 위법 행위는 감소했지만 '돈 선거'는 줄지 않고 있는 만큼 관행적인 돈 선거를 뿌리 뽑는 데 단속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중앙선관위는 이날 조합장 선거 불법 행위 특별 단속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혼탁 선거가 우려되는 특별관리지역에 단속 인력을 상주시키고, 휴일·야간 등 취약시간대 상시 신고 체계를 정비하기로 했다. 박찬진 중앙선관위 사무총장은 "고질적인 돈 선거 관행을 타파하고 깨끗한 선거 질서가 확실히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단속할 것"이라고 했다. 기고자 : 김준호 기자 김정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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