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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社가 알짜 항공좌석 '싹쓸이'
고금리에 대출상환 부담도 커져
＂코로나 땐 막일, 이젠 보험 팔아＂

지난달 31일 중소 여행사 '투어2000'이 갑작스럽게 서비스 종료를 통보했다. 하루아침에 여행이 취소되고, 아직 계약금도 돌려받지 못한 일부 현금 결제 고객들은 집단소송을 준비 중이다. 200여 명이 피해를 본 것으로 추정된다. 중소 여행사를 운영하는 사람들 사이에선 "남 일 같지 않다"는 반응이 나온다. 대부분 공공장소에서 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제되는 등 코로나 사태가 끝나가면서 해외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이 크게 늘긴 했다. 하지만 아직 코로나 이전 수준만 못 한 데다, 대형 여행사에 먼저 고객들이 몰린다. 반면 중소 여행사들은 고금리로 코로나 사태 속 쌓인 빚 상환 부담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코로나 기간 동안 여행업은 정부의 '직접적인 방역 조치'로 인한 집합 금지나 영업시간 제한 등의 손실이 발생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손실보상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됐다. 적잖은 중소 여행사들은 폐업을 면하거나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서 대출을 받았는데, 최근 금리가 치솟으면서 상환 부담이 커졌다고 했다. 서울 강동구에서 중소 여행사를 운영하는 강순영(51)씨는 "한 달에 1000만원을 벌고 대출 이자, 직원 월급, 월세를 제하면 나와 남편 둘이서 200만원밖에 가져갈 수 없다"고 했다. 코로나 한창때 아예 없다시피 하던 손님이 지난달 65명으로 늘긴 했지만 고금리, 고물가 등으로 지출이 2020년 월평균 550만원에서 지난달 900만원으로 늘어났다는 것이다.

중소 여행사는 대형사와의 경쟁에서도 치인다고 하소연한다. 코로나 사태가 잦아들 조짐이 나타나자 대형 여행사가 '하드 블록(선금을 미리 내고 좌석을 확보하는 방식)'으로 주요 노선의 좌석 상당수를 선점해, 자체 중소 여행사는 상품을 팔기도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해외여행객의 경우 지난 2020년 월평균 약 36만명에 그쳤는데 지난해 12월은 약 139만명까지 늘었다. 하지만 코로나 이전인 2019년 월평균 해외 관광객(약 239만명)과 비교하면 60% 수준이다.

대구에서 한때 연매출이 4억원에 이르던 중소 여행사를 운영하는 전영석(51) 대표는 이런 탓에 요즘 여행사를 하면서도 보험 판매원으로 일한다고 한다. 그는 코로나 사태를 겪은 지난 3년여간 농촌에 가서 배추와 고추 농사를 거들거나 공사장에서 일용직으로 일하며 생계를 이었다. 그는 "대형사 상품을 대리 판매하는 게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데 수수료가 3~5%에 불과한 데다가, 대형사 공식 대리점도 따로 있어서 매출을 내기가 쉽지 않다"면서 "코로나가 끝나도 여전히 투 잡, 스리 잡 신세"라고 했다. 기고자 : 정해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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