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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호 비방전 격화에 당내부 ＂후유증 걱정＂

국민의힘 당권 주자인 김기현 후보는 17일 안철수 후보에 대해 "패색이 짙어지자 민주당식 가짜 뉴스를 퍼뜨리며 전당대회를 진흙탕으로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안 후보는 "박근혜 대통령 탄핵에 대해 찬성하신 분이 그런 말씀 하시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맞받았다. 당대표 후보들은 자신이 내년 총선 승리의 적임자임을 주장하지만, 총선의 핵심 관건인 정책 경쟁 대신 상호 비방전만 가열되고 있다. 당내서도 "후유증이 걱정된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김·안 두 후보의 신경전은 지난 15일 TV 토론에서 황교안 후보가 제기한 김 후보의 '울산 KTX 부지' 투기 의혹을 기점으로 격화하고 있다. 안 후보가 이를 받아 연일 의혹을 제기하자 김 후보는 "가짜 뉴스 퍼 나르는 민주당식 DNA" "민주당 출신다운 행태"라고 비난했다. 그러자 안 후보도 대구에서 "(김 후보는) 박근혜 대통령 탄핵에 찬성한 분"이라며 "(만약 당대표의) 부동산 의혹에 휩싸인다면 내년 총선에서 절대 이기기 힘들다"고 했다. 반면 김 후보와 대립하고 있는 이준석 전 대표는 "정치 권력을 이용한 투기라고 보기엔 시기적으로나 방법론적으로 개연성이 떨어진다"고 했다.

이날 김 후보는 화성과 충북 충주·제천을 찾아 당원들과 만났고, 안 후보는 의료 봉사를 했던 대구동산병원의 '코로나19 기억의 공간' 개관식과 칠곡군의 6·25 전적기념관을 찾았다. 두 후보는 일자리와 부동산 등 일부 정책 문제를 제기하고 있지만 상호 비방전만 부각되는 상황이다.

당 선관위는 기자회견을 갖고 "후보 간 근거 없는 비방, 지나친 언행으로 국민과 당원 여러분께 우려를 끼치고 있어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특히 확인되지 않은 의혹만으로 상대 후보를 공격하는 행태는 전당대회를 혼탁하게 만들 뿐"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김 후보 측은 "전적으로 동의하고 존중한다"고 했고, 안 후보 측은 "선관위도 후보들 줄 세우기 하나. 김 후보 측은 막말까지 계속하고 있다"면서도 "선관위 입장을 존중하려 한다"고 밝혔다.

천하람 후보는 이날 자신을 지지하는 이준석 전 대표가 '펑크' 낸 라디오 인터뷰에 대신 출연했다. 그는 "(이 전 대표가) 저를 열심히 지원해 줘서 고마운데 가끔 선을 넘었다고 느낄 때가 있다"고 했다. 천 후보도 당 주류를 비판하면서 선명성을 강조하고 있지만, 당 혁신과 외연 확장에서 분명한 어젠다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민의힘 상임고문단과 당 지도부의 이날 오찬 자리에서도 우려가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정의화 전 국회의장은 "전당대회 이후 후유증이 걱정된다"며 "전당대회 자체도 중요하지만 토론을 통해 국민에게 희망을 보이고 미래와 우리 당에 대한 기대가 많이 나타나게 해야 하는데 미흡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참석자는 "예전에는 당과 청와대가 한 몸이었는데 당내 '서클'들이 생겼고 특정 그룹은 중간 역할을 하려는 것처럼 보인다"며 이른바 '윤핵관'을 비판했다고 한다. 당 중진 의원들도 사석에서 우려를 표하고 있다. 한 영남 중진 의원은 "초반부터 윤핵관·윤심 논란으로 눈살을 찌푸리게 했고, 자꾸 대통령이 거론되는 것도 위험하다"면서 "당의 축제가 돼야 할 전당대회가 불필요한 논란만 생산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여권 원로 인사는 본지 통화에서 "옛날 우리 당의 전당대회와 많이 다른 모습이라 낯설고 우려스럽다"며 "정책과 비전으로 국민과 당원에게 신뢰를 줘야 전당대회 효과도 살릴 수 있다"고 말했다. 기고자 : 김경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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