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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백지시위 이어 이번엔 '백발시위'

중국에서 의료 보조금 삭감에 반발하는 고령자들의 시위가 확산하고 있다. 16일 중국 후베이성 우한(武漢)과 랴오닝성 다롄(大連)에서는 전날에 이어 고령자 수백 명이 뛰쳐나와 집회를 했다.

대만 공상시보 등에 따르면, 이날 다롄 칭니와차오 지하철역 앞에서는 고령자 수백 명이 '국제공산당가'를 부르며 정부에 항의했다. 전날에는 1000명 이상이 인민광장 앞에 모여 다롄 시장의 이름을 외치며 시위를 벌였다. 우한은 지난 8일, 15일에 이어 16일 또다시 퇴직자들이 거리로 나왔다. 시위 참가자들은 "정부가 답을 주지 않으면 이달 말에는 우한창장대교(武漢長江大橋)를 가득 채울 것"이라 말했다고 한다.

이번 시위는 지난해 말 중국 젊은 층이 제로 코로나 정책 폐지를 요구하며 A4 용지를 손에 들고 흔든 '백지 시위' 이후 벌어진 대규모 시위로, 고령자들이 주축이라 '백발(白髮) 시위'로 불리고 있다. 백발 시위는 특히 다음 달 초에 열리는 중국 최대 연례 정치 행사인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를 앞두고 일어났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백발 시위는 중국 고령자들이 자국 의료보험 개혁에 반대해 일어났다. 중국은 의료보험에 가입한 퇴직자들에게 매달 현금으로 지급해 오던 의료 보조금 금액을 줄이고, 청구 금액 상한을 높여주는 보험 개혁을 추진하고 있다. 이번에 시위가 일어난 우한·롄을 비롯해 장시·간쑤·산시·칭하이·쓰촨·광시 등에서 최근 이 같은 정책이 적용됐다. 1990년대에 보험료 청구·집행 한계 때문에 도입한 연금 지급 위주의 의료 보험 집행 체계를 바꾸려는 것이다. 중국에서는 의료보험에 가입한 도시 근로자가 3억5400만명이고, 이 가운데 의료 보조금을 수령하는 은퇴자는 9300만명에 달한다.

그러나 중국 노인들은 의료 보조금을 노후 자금으로 여겨 새로운 정책을 '노인에 대한 약탈'로 인식하고 있다. 우한의 경우 지난 1일 실시한 새 정책에 따라 은퇴자가 매달 260위안(약 4만9000원)씩 받았던 의료 보조금이 70% 줄어든 83위안(약 1만5000원)이 됐다. 노인들이 보험 혜택을 받기 어렵다는 불만도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대부분의 노인은 만성 질병을 앓고 있어 인근 약국에서 약을 사고 있는데, 새 정책에 따르면, 지정된 병원·약국에서만 금액 청구가 가능하고 1년에 300~500위안을 넘긴 금액에 대해서만 혜택이 적용된다.

중국 노인들이 악화된 중국 경제 상황 때문에 돈 문제에 더욱 예민해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중국은 작년 12월까지 3년간 계속된 '제로 코로나' 시행으로 대규모 실업과 임금 삭감 사태가 일어났다. 중국 노인의 약 75%가 자녀와 함께 살거나 근처에서 지내며 도움을 받고 있는데, 지금은 자녀들에게 손을 벌리기 어려워진 이가 많아졌다.

이번 시위는 중국 노인들의 노후와 관련된 문제라 당분간 계속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중국 정부도 물러서기 어려운 상황이다. 류쿤 중국 재정부 부장(장관)은 16일 "의료보험 지불 방식의 개혁을 심화하겠다"고 밝혔다. 소셜미디어에는 "우한의 학교 선생님들이 교육 당국 지시로 학부모에게 전화를 돌려 '가정 내 노인의 시위 참여를 막아달라'고 호소하고 있다"는 내용이 올라왔다. 자유아시아방송(RFA)은 "시위에 참가했던 우한 노인들 가운데 경찰 전화를 받고 두려워하는 이가 늘고 있다"고 했다. 기고자 : 베이징=이벌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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