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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부부와 어느 장관 얼굴이 활쏘기 과녁이 됐다. 반정부 집회에서 아이들까지 낀 놀이에서. 어른만 있었다 한들 본질은 달라지지 않는다. 증오(憎惡) 가득한 저주(咀呪). 날아가는 비행기에서 대통령 내외가 떨어지기를 그림 그려 빌어댄 성직자도 있었다. 자기가 몸담은 교단(敎團)은 천하에 몹쓸 죄인도 사형은 하지 말자 외치는데…. 합리적 비판 내팽개치고 나라 곳곳에서 미친 짓을 벌인다. 갈 곳 잃은 '합리(合理)'가 엉뚱한 데 빌붙을 수밖에.

'생딸기 무제한 뷔페를 1만~2만원대 합리적 가격으로'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해 시세보다 합리적인 가격에 아파트를'…. '합리적'이란 '논리에 들어맞는다, 이치에 맞는다'는 뜻이다. 한데 기사는 그와 무관하게 단지 값이 싸다는 뜻 아닌가. 그러니 '싼값'이나 '적당한 가격'이 합리적인 표현이다. 타당한 근거를 들어 매긴 값이라면 비싸도 합리적이랄 수 있겠지.

왜 이런 말이 퍼졌을까. 영어 '리즈너블(reasonable)'에 합리적 의심이 간다. 학교 영어에서 주로 '합리적'이라고 배우는 낱말. 하지만 물건 값 말할 때는 '적정한, 너무 비싸지 않은'이란 뜻이다. 이걸 무턱대고 '합리적'으로 옮겨 버릇한 탓이리라.

값이 싸다는 말을 언론에서마저 '착하다'고도 쓴다. 본래 마음씨나 언행을 평가할 때 쓰는데 '어질다, 곱고 바르며 상냥하다'는 뜻. 사람이나 동물한테나 쓸 말이지, 무정물(無情物)에는 맞지 않는다. 규범 언어에서 버젓이 쓰기엔 더욱 그렇고. 일부러 사람한테 빗대면 모를까. '착한 값'을 굳이 쓰려거든 '어진 값' '상냥한 값' 따위도 쓰자. 언어 체계야 엉망진창 되든 말든.

제웅(짚으로 만든 인형)에 침 꽂아가며 정적(政敵) 해코지하려던 구시대 잔혹극을 21세기에 볼 줄이야. 앞서 얘기한 활쏘기가 바로 그 꼴, 방자질이다. 미우나 고우나 나라의 지도자인데. 모두가 착하게 살 수야 있을까만, 그런 방자로 무얼 얻으려는지. 기고자 : 양해원 글지기 대표
장르 : 연재
본문자수 : 975
표/그림/사진 유무 :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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