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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최대 규모 음악 페스티벌서 K팝·라틴팝 첫 간판 공연자로

"미국 코첼라 축제가 K팝을 열린 마음으로 포용한 반면, 영국은 훨씬 뒤떨어졌다."

오는 4월 14일(이하 현지 시각)부터 2주간 열리는 미 최대 음악 축제 '코첼라 밸리 뮤직&아츠 페스티벌'의 둘째 날 공연 헤드라이너(주 공연자)로 한국 걸그룹 '블랙핑크'가 선다는 소식에 영국 음악 잡지 '뉴 뮤지컬 익스프레스'는 찬사를 보냈다. 반면 영국의 폐쇄적 분위기에는 불만을 드러냈다.

최근 '다인종' '제3의 성(性)' 등을 내세운 비(非)백인, 비주류 음악가들을 공연자나 수상자로 앞세운 해외 음악 축제와 시상식이 늘고 있다. 미국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2019년 이후 그래미상을 주관하는 전미 레코딩 예술과학아카데미(NARAS)의 회원 중 전통적으로 백인 남성에 비해 소수로 분류됐던 회원이 38%, 여성이 19%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음악계의 고질병으로 지적되어온 '백인 남성 우대' 비판을 탈피하려는 움직임이란 해석이 나온다. 하지만 이런 시도가 '역차별'을 부르거나 '구색 맞추기'에 그칠 뿐이란 지적도 만만치 않다.

◇'제3의 성'까지 배려하는 축제들

다양성 존중 메시지를 앞세운 시상식과 음악 축제는 특히 'K팝'과 '라틴팝' 가수들을 대거 앞세우고 있다. 작년 10월 방탄소년단(BTS)의 제이홉이 헤드라이너로 나선 미국 롤라팔루자 음악 축제는 10만 관객을 동원했다. 이 행사에는 라틴팝 대표 주자 '배드 버니'도 간판 출연자로 함께 나서 화제가 됐다. 미국 팝 스타들이 단골로 메인 공연을 차지해온 축제 역사상 처음으로 라틴팝과 K팝 가수가 동시에 주 공연자로 나섰기 때문이다. 4월로 다가온 코첼라 축제 역시 K팝 걸그룹 '블랙핑크'와 '배드 버니'를 헤드라이너로 택했다.

지난 5일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미국 최고 권위 대중음악상 '그래미 어워드'도 첫 공연자로 푸에르토리코 출신인 배드 버니를 선택해 큰 화제가 됐다. 배드 버니는 스페인어 곡으로만 빌보드 차트를 석권해 온 라틴팝 대표 주자로, 출연만으로도 '다양성의 상징'으로 받아들여졌다.

독일 출신의 싱어송라이터이자 성전환 여성인 킴 페트라스는, 남성인데도 스스로를 '제3의 성'으로 소개하는 샘 스미스와 함께 '최우수 팝 듀오, 그룹 퍼포먼스' 부문에서 수상하면서 그래미 역사상 첫 트렌스젠더 수상자가 됐다. 이날 32개째 트로피를 거머쥐며 그래미 역대 최다 수상 기록을 세운 비욘세도 "LGBTQ 커뮤니티에 감사한다"는 소감을 남겼다.

◇'구색 맞추기' 또는 '역차별' 논란도

그래미를 비롯한 음악 축제들의 '다양성 존중' 메시지에 '구색 맞추기용'이란 비판도 뒤따른다. 시상식 당일 소수자들을 배려하는 행사와 공연을 잔뜩 마련했지만, 정작 트로피는 고르게 돌아가지 못했다는 것. 일례로 화려하게 시상식 포문을 연 배드 버니는 이날 다른 본상 수상 없이 '베스트 뮤지카 얼바나 앨범상'만을 탔을 뿐이다. 2021년 '라틴팝' 전용으로 신설된 이 상은 3년째 배드 버니가 받고 있다. 그가 미국 최고의 라틴팝 스타라는 걸 그래미가 인정했지만, 동시에 "이 상만 주겠다"는 의도가 아니냐는 비판도 가능하다.

지난해 '흑인 문화 재해석'을 코드로 삼으며 평단의 대호평을 받은 비욘세 역시 올해 그래미 최고 영예상 중 하나인 '올해의 앨범상'을 비롯해 4대 주요 본상(제너럴 필즈)은 하나도 타지 못했다. 일부 미국 현지 언론은 비욘세를 밀어내고 영국 출신 남성 팝스타 해리 스타일스가 '올해의 앨범상'을 타자 "비욘세가 트로피를 빼앗겼다"고 보도했다.

지난 11일 블랙핑크가 K팝 걸그룹 최초로 후보에 올라 화제가 된 영국 최고 권위 대중음악상 브릿 어워드는 '역차별 논란'에 휩싸였다. 스스로를 '제3의 성'으로 칭하는 뮤지션들을 배려한다는 취지로 작년부터 각 수상 부문에서 남녀 성별에 따른 구분을 없앴는데, 오히려 부문별 후보와 수상자 과반이 남성으로 나타난 것. 올해는 수상 후보 총 71명 중 17%인 12명만이 여성이었고, 전체 수상자 트로피 15개 중 10개가 남성에게 돌아갔다.

음악 평론가 김작가씨는 "다양성 논쟁은 사실 1980년대부터 꾸준히 제기돼 온 화두지만, 결국 '상업적 성공'이나 '콘텐츠의 질'이란 우선순위를 단 한 번도 이겨본 적이 없다"며 "최근 PC(political correctness·정치적 올바름)에 대한 피로감을 호소하는 이도 늘면서 관련 갈등은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 기고자 : 윤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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