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뱃길 4시간 서해 최북단 섬, 앞으론 비행기 타고 1시간

지난 15일 서해 최북단 섬 백령도. 인천에서 뱃길로 약 4시간, 220여㎞를 달려야 도착하는 곳이다. 북한 황해도 땅인 장산곶과는 거리가 불과 14㎞ 정도다. 섬 곳곳에서 탱크, 훈련 중인 해병대 병사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주민과 군인 약 1만명이 거주하는 이곳에 빠르면 4년 뒤 공항이 들어선다.

백령공항 예정지인 솔개지구 인근 전망대에서 만난 인천 옹진군 백령면 가을1리 조재흠 이장은 "뱃길은 멀기도 하지만 날씨 때문에 배를 못 타기 일쑤였다"며 "공항이 생기면 교통도 좋아지고 관광객이 늘어나 주민들 살림도 더 좋아질 거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늦은 감이 있지만 이제라도 바다 날씨 걱정 없이 비행기 타고 다닐 수 있게 돼 행복하다"고 웃었다. 공항 예정지 바로 옆인 백령면 북포리 조강부 이장은 "비행기 소음이 걱정이라 인천시가 주민과 소통하면서 공항을 건설했으면 한다"면서도 "여러 면에서 섬이 발전할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백령도에 주둔하고 있는 해병대 6여단장 변요환 준장도 "백령공항은 군 작전에도 도움을 줄 수 있는 '민군 공용' 공항"이라며 건설을 환영했다.

백령도에서 육지를 오가는 교통 수단은 현재 여객선이 유일하다. 인천항에서 백령도까지 배로 가는 데 약 4시간이 걸린다. 이마저도 날씨 때문에 결항하는 일이 잦아 주민들 불편이 크다. 결항률이 25~30%나 된다. 하나뿐인 약국도 지난해 말 문을 닫는 등 백령도는 의료·교육·문화 등의 복지 혜택에서 소외돼 있는 지역이다. 공항이 문을 열면 백령도와 육지 이동 시간이 1시간 안팎으로 줄어든다. 인천시에 따르면 기상 상황 등으로 인한 결항·지연 비율도 선박은 평균 약 23%이지만 비행기는 약 7%이다.

백령공항 건설 사업은 백령도 솔개지구 일원 25만4000㎡에 총사업비 2018억원을 들여 50인승 항공기가 이착륙할 수 있는 소형 공항을 짓는 일이다. 길이 1200m 활주로 하나와 계류장 5곳, 여객 터미널 등이 조성된다. 옹진군과 인천시가 2014년 처음 제안한 이 사업은 지난해 12월 정부의 예비 타당성 조사를 통과하면서 본궤도에 올랐다.

국토교통부는 각종 행정 절차를 이유로 2025년 착공, 2029년 개항을 목표로 잡고 있지만, 인천시는 2027년 개항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인천시 안광호 항공과장은 16일 "공항 부지가 옹진군 소유인 데다 추가 매립 등 난공사 요소가 없어 울릉공항 등 타 지역 공항보다 공사 기간도 짧고 비용도 4분의 1 수준"이라며 "행정 절차를 신속하게 밟으면 2027년 개항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인천시는 또 사업비 일부를 분담하고 백령공항 운영에 시가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국토부에 밝힌 상태다. 시가 참여하면 사업 속도를 높일 수 있고, 개항 후에도 원활한 운영을 할 수 있다는 취지다. 현재 인천국제공항을 제외한 모든 국내 공항은 한국공항공사가 운영 중이다.

인천시는 백령공항 개항을 계기로 지역 경제와 섬 관광 활성화 사업도 적극 추진할 계획이다. 지난해 4월 백령공항 주변 지역 발전 전략과 기본 계획 수립을 위한 용역을 발주했고, 올 4월엔 구체적인 발전 계획을 마련할 예정이다. 내년부터 주변 지역 개발 사업에 착수해 공항 개항과 동시에 관광, 숙박, 레저 등 '공항 경제권'을 완성한다는 구상이다. 2019년 국내 11번째 국가지질공원으로 지정된 백령도와 대청도를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으로 인증받는 작업도 옹진군과 함께 진행 중이다. 문경복 옹진군수는 "두무진, 물범바위, 사곶해변 등 관광 명소가 많은 백령도와 이웃 섬인 대청도, 소청도를 연계하면 제주도 못지않은 국제적 관광 명소가 될 수 있다"고 했다.

유정복 인천시장은 "백령공항 건설 사업은 단순한 교통 인프라 구축이 아니라 관광·문화·산업의 거점을 조성하는 일"이라며 "백령도 등 서해 5도 주민 지원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래픽] 백령공항 개요 기고자 : 백령도=고석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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