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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474만명 찾아… 1년새 방문객 37% 증가

지난 10일 오후 전남 나주시 향교길에 있는 정원 '3917마중'. 비수기인 데다 평일인 탓에 입구로 들어서는 골목은 한산했지만, 수목 사이로 고택(古宅) 여러 채가 자리한 너른 정원에는 관광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일부 고택에는 한옥 체험을 하러 온 숙박객들이 보였고, 정원 가운데 고택 안에서는 7~8명이 소모임을 갖고 있었다. 광주광역시에서 왔다는 박모(여)씨는 "도심인데도 고목과 오래된 한옥들이 어우러져 편안한 느낌을 준다"고 말했다.

'3917마중'은 나주 구도심에 30년 넘게 폐가로 방치됐던 가옥 7채와 우물, 지하 방공호 등을 복원·재단장한 곳으로, 전남도 민간 정원 16호로 등록됐다. 각각의 고택에 얽힌 역사와 스토리를 발굴하고 체험·숙박·관광 등 다양한 문화 활동을 아우르는 복합 문화 공간으로 거듭났다. 이곳을 찾은 관광객은 2021년 10만여 명에서 지난해 45만여 명으로 급증했다. 남우진 '3917마중' 대표는 "정원과 고택의 정취에 숙박·회의 공간 등 관광 콘텐츠를 아우르는 데 초점을 맞췄다"며 "겨울에도 평일엔 200명, 주말과 휴일엔 500명가량이 찾는다"고 말했다.

전남 곳곳 정원과 수목원들이 수려한 경관과 이색적 정취에 캠핑·음악회 등 다양한 문화 콘텐츠를 접목해 도시민들에게 치유와 휴식을 주는 여행 명소로 떠오르고 있다. 16일 전남도에 따르면, 지난 한 해 전남의 정원과 수목원을 찾은 방문객은 474만여 명으로, 2021년의 346만명보다 128만명(37%) 증가했다. 2020년(293만명)에 비하면 2년 새 62%나 늘었다. 2021년 대비 지난해 방문객이 많이 늘어난 곳은 순천만국가정원(49만명 증가)과 담양 죽녹원(11만명), 민간 정원인 나주 '3917마중'(35만명), 해남 '포레스트수목원'(6만명) 등이다. 이주미 전남도 정원산업팀장은 "대규모 공공 정원뿐 아니라, 민간 정원과 사립 수목원들이 특색 있는 볼거리와 다채로운 즐길 거리를 제공하며 인기를 끌고 있다"고 말했다.

해남군 현산면 두륜산 자락의 '포레스트 수목원'은 6만여 평의 숲속에 조성된 사립 수목원이다. 봄에는 참죽나무와 꽃잔디 등 '분홍꽃 축제'가 열리고, 여름에는 4색 수국, 가을에는 팜파스그라스와 핑크뮬리가 볼거리를 준다. 겨울에는 산자락 그늘을 활용한 거대한 얼음벽이 이색적이다. 문을 연 지 4년째인 지난해 15만명이 다녀갔다. 김건영 포레스트수목원 대표는 "성수기에는 300대 규모의 주차장이 모자라 되돌아가는 분이 적지 않다"며 "여행자들이 숲속에서 꾸미지 않은 자연 그대로를 만날 수 있다는 점을 매력으로 꼽는다"고 했다.

이 밖에도 고흥군 봉래면의 작은 섬 '애도'에 있는 '힐링파크 쑥섬쑥섬'은 '바다 위 비밀 정원'으로 소문을 타고 있다. 야생화가 많은 장흥 '하늘빛수목정원'은 캠핑·음악회 등 다양한 문화 콘텐츠까지 곁들여 관광객을 연간 7만명씩 불러모으고 있다.

전남도는 지난 2017년부터 민간이 운영하는 정원과 수목원 가운데 가치 있는 곳을 등록해 관리 중이다. 현재까지 정원 20곳과 수목원 4곳을 등록했다. 매년 '예쁜 정원 콘테스트'를 열어 새로운 정원과 수목원을 발굴한다. 또 민간 정원과 사립 수목원의 위치, 운영 시간, 연락처, 보유 수종 등 정보를 담은 소책자도 발간했다. 김재광 전남도 산림휴양과장은 "생태 자원을 활용한 다양한 관광 콘텐츠를 개발해 전남 산림 관광을 한 단계 도약시키겠다"고 말했다.

정은성 호남대(관광경영학) 교수는 "정원과 수목원이 인기를 끄는 것은 코로나 사태로 사람이 북적이지 않는 관광지를 선호하는 경향과 자연 속에서 심신의 건강을 추구하는 관광 흐름이 반영됐기 때문"이라며 "장·노년층 인구가 증가하고 자녀를 동반한 교육적 여가 활동(에듀테인먼트) 수요도 늘고 있어 이런 추세는 계속될 것"이라고 했다.

[표] 2022년 전남 정원·수목원 방문객 현황 기고자 : 김성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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