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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법원 인력 부족 탓 잔류
＂사건처리 더 지연될까 우려＂

최근 법관 정기 인사에서 전국 최대 법원인 서울중앙지법의 부장판사가 20% 가까이 줄어든 것으로 16일 전해졌다. 부장판사는 법조 경력 15년 이상으로 지방법원 배석판사나 단독판사를 거쳐서 올라온 중견 법관이다. 법조계에서는 "서울중앙지법에는 복잡한 민형사 사건이 집중되고 있는데 경험이 많은 부장판사 비율이 갑자기 줄면 재판이 원활하게 진행되지 않을 수 있다"는 말이 나온다.

서울중앙지법에 근무하는 전체 판사는 370명 안팎으로 부장판사는 이 가운데 46%에 해당하는 172명(2021년 말 기준)이다. 하지만 이달 초 발표된 인사에서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가 30명 이상 줄었다고 한다. 전체 판사 중 부장판사가 차지하는 비율은 40% 아래로 떨어졌다. 이에 따라 단독 재판부를 맡던 부장판사들이 합의부 재판장으로 대거 이동했고, 단독 재판부는 부장판사가 아닌 평판사로 채워졌다.

그동안 법조계에서는 법원이 대형 형사사건을 충실하게 심리하기 위해 형사합의부를 늘릴 것이라는 전망이 있었다. 대장동 재판 등 큰 사건들이 끊이지 않고 서울중앙지법에 들어오고 있기 때문이다. 단독 재판부가 맡는 민사 소액 사건도 소송 가액이 2억원에서 5억원으로 확대되면서 부장판사가 맡아야 할 사건이 많아졌다는 분석도 나왔다. 그런데 법원이 반대로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 수를 줄이자 '의외'라는 지적이 나온다.

법원에서는 지역별 법관 인력 구조가 변하면서 발생한 현상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번 인사 때 원래는 사법연수원 32기인 부장판사들이 지방 근무를 마치고 서울로 돌아올 차례였다. 그런데 이들 중 서울 아닌 수도권에 근무 중인 부장판사들이 기존 근무지에서 1년 더 근무하게 됐다. 휴직과 연수 등으로 일부 지방법원에서 부장판사가 부족해 이들을 잔류시켰다는 것이다. 법원행정처도 최근 판사들에게 "가동 법관 수가 부족하게 되어 부득이하게 서울권으로의 전출 희망이 수용되지 않았다"고 공지했다. 결과적으로 서울중앙지법에 들어오는 부장판사도 줄었고, 중앙지법 형사합의부 증설도 이뤄지지 못했다.

법조계에서는 "대형 사건뿐 아니라 일반 사건 재판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등 규모가 큰 사건을 심리하는 일부 재판부에는 새로운 사건을 배당할 수도 없는 상황이라고 한다. 재판이 적체되면 법원에 들어오는 다른 일반 사건 처리 속도도 자연스럽게 지연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기고자 : 유종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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