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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물가상승률 6.4%… 전월보다 낮지만 예상치 웃돌아

14일(현지 시각) 미국의 1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전년 동월 대비 6.4%)이 시장 전망치(6.2%)보다 높게 나오자 연방준비제도가 3월과 5월뿐 아니라 6월에도 기준금리를 올릴 것이란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연준이 앞으로 세 차례 연속 0.25%포인트씩 올릴 경우 현재 4.75%인 미국 기준금리는 5.5%까지 치솟게 된다.

연준은 지난해 최고 9.1%까지 치솟은 물가상승률을 잡기 위해 4연속 자이언트 스텝(0.75% 포인트 인상)을 밟았다가 인플레이션이 둔화되는 조짐을 보이자 작년 12월 인상 폭을 0.5%포인트로 낮췄고, 이번 달에는 0.25%포인트로 축소했다. 시장에서는 연준이 3월이나 5월쯤 금리 인상 행진을 멈출 것이란 기대가 확산됐지만, 1월 '고용 서프라이즈'(51만7000명 신규 고용)에 이어 물가도 쉽게 꺾이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자 '긴축 기조 장기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6월 미 기준금리 5.5%일 확률 53.1%

미국 1월 물가상승률은 전달(6.5%)보다 0.1%포인트 내렸고 작년 6월(9.1%) 이래 7개월 연속 감소세였다. 다만 시장 예상을 웃돌았고, 전월 대비 상승 폭은 0.5%로 12월(0.1%)보다 오히려 커졌다. 밸런타인 데이에 발표된 이번 물가 수치는 '밸런타인의 악몽' 수준의 악재는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흡족할 만한 성적표도 아니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연준이 오는 3월 금리를 인상하고, 그 이후에 추가 인상 가능성이 있다는 신호를 보낼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물가 냉각 추세가 완만해진 점을 반영, 금리 인상도 3월이나 5월 베이비스텝(0.25%포인트 인상)을 마지막으로 멈출 것이란 예상 대신, 6월까지 꾸준히 베이비스텝이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미국 기준금리 전망을 집계하는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6월 기준금리가 5.5%일 확률은 소비자물가 발표 직전인 13일에는 39.4%였는데, 15일에는 53.1%로 치솟았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의 브라이언 모이니핸 최고경영자(CEO)는 "미 노동통계국의 소비자물가는 연초에 물가가 활발하게 상승한 걸 보여주고, 이는 연준이 이전에 예상했던 것보다 더 높이 금리를 인상하도록 압력을 가하고 있다"고 했다.

◇예상치 크게 벗어나지 않아

그러나 이번 미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 성적표가 낙담할 수준은 아니라는 해석도 적잖다. 우선 소비자물가를 전년 대비로 따져보면 하락세를 보인 건 맞기 때문이다. 지난달(6.5%)보다 0.1%포인트 찔끔 줄어든 6.4%로 나왔지만, 연속적인 감소세에 제동이 걸린 건 아니란 뜻이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도 앞서 지난 7일 "(2% 물가 목표치 달성은) 상당히 시간이 걸릴 것이며, 매끄럽지 않고 아마 울퉁불퉁(bumpy)할 것"이라고 한 바 있다. 시장은 이번 물가상승률 수치가 예견을 크게 엇나간 수준은 아니란 반응이다.

아울러 이번에 1월 물가 상승을 견인한 주거비가 앞으로 '독'이 아닌 '약'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1월 물가 가운데 주거비 상승률(전년 동월 대비)은 7.9%로 1982년 이래 가장 높았다. 물가 가중치를 따질 때 주거비 비율(34.4%)이 3분의 1 정도에 이르니, 주거비가 전체 물가 상승을 견인하는 데 큰 몫을 했단 얘기다. WSJ는 "미국 주거비는 1년 전보다는 크게 올랐지만, 전달보다는 떨어지는 추세"라며 "경제학자들은 올 연말까지 주거비가 가파르게 떨어질 것이라 내다본다"고 전했다. 결국 주거비 탓에 올라간 물가가 주거비 덕에 떨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신한은행 오건영 WM사업부 팀장은 "지금처럼 미국 주택 가격이 빠지는 상황이 계속 이어지면 주거비 하락으로 물가가 함께 떨어지고 고금리도 잡힐 수 있다"며 "다만 인플레이션이 잡힐 것이란 낙관론이 강해져 주택 가격이 빠르게 반등할 경우 되레 물가를 올릴 수 있다는 불확실성도 여전히 있다"고 말했다.

[그래픽] 미국 소비자 물가 상승률 / 올 6월 미국 기준금리 전망 어떻게 바뀌었나 기고자 : 김성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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