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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에는 골목이 거의 없다. 그래서 몇 군데 있는 골목길은 영화나 화보 촬영 장소로 자주 이용된다. 그중 한곳이 '크로커다일 던디' '나인 하프 위크' 등의 영화에 등장한 차이나타운의 '코트랜트 골목(Cortlandt Alley)'이다. 이 골목의 한편, 낙서로 페인트칠 된 철문 뒤에 '뮤우지우움(Mmuseumm)'이 있다. 더 이상 사용하지 않는 건물 화물 엘리베이터를 개조해서 만든, 뉴욕에서 가장 작은 미술관이다. 2012년, 이 골목 2층의 영상제작회사에서 일하던 세 친구가 합심해서 건물주로부터 임차해서 만든 프로젝트다.

전시 내용물은 세상의 상황을 대변하는 물건들이다. 신용카드, 목장갑, 하이힐, 성조기, 주사위, 금도금 문손잡이, 어린이 그림, 사담 후세인 기념 시계, 칵테일 잔 등이 대충 가져다 놓은 것 같지만 신중하게 큐레이션되어 있다. 하나의 스토리텔링이자, 사물로 사회적 메시지를 전하는 '사물 저널리즘(Object Journalism)'이다. 그래서 우리를 생각하게 하는 것뿐 아니라, 우리에게 행동을 권유하는 듯 보인다. 또한 고귀한 척하는 주류 미술관에 대한 나름의 반작용이기도 하다. '뉴요커(The New Yorker)'지는 이 미술관에 대하여 "시(詩)적으로 구성된 평범한 사물의 초미니 설치"라고 표현했다.

아주 작은 미술관이지만 나름 있을 건 다 있다. 벽에 부착된 선반은 안내 책자와 기념 티셔츠를 판매하는 뮤지엄숍이고, 한편에 놓인 자동 에스프레소 기계는 카페다. 심지어 벽면에 적힌 수신자 부담 번호로 전화를 걸면 작품 설명이 흘러나오는 '오디오 가이드'가 된다. 나름의 개관 시간이 있지만 문이 닫혀 있을 때 방문해도 아무 문제가 없다.

공간이 작아서 눈높이에 뚫린 두 개의 구멍으로 들여다보면 내부의 전시품을 한눈에 관람할 수 있다. 전혀 기대하지 않은 동네의 모퉁이에 숨어있는 이 작은 예술의 공간은 도시에서 무료한 일상을 보내는 사람들에게 잠시 다가와 잃어버린 감각을 일깨워준다. 기고자 : 박진배 뉴욕 FIT 교수·마이애미대 명예석좌교수
장르 : 연재
본문자수 : 990
표/그림/사진 유무 :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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