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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나는 졸업장을 타신 언니께 꽃다발을 한 아름 선사합니다"로 시작하는 '졸업식 노래'(윤석중 작사, 정순철 작곡)는 1946년에 문교부에서 발표한 것이다. 작사가 윤석중은 '마음의 꽃다발'을 의도했으나 꽃다발을 한 아름 선사한다는 노랫말 때문에 졸업식에서 꽃다발을 선물하는 관습이 생겼고, 한글학자 최현배가 이 노래를 감수하면서 '형님'과 '동생'을 '언니'와 '아우'로 바꾼 것이 오늘날까지 사용되고 있다.

우리나라 국가의 곡조로도 사용된 '올드 랭 사인(Auld Lang Syne)'에 노랫말을 얹은 '졸업식' 노래도 광복 이전에 있었다. 1910년에 발간된 '보통교육창가집'에 실려 있는 이 노래의 1절은 "동창(同窓)에 공부하던 우리 학우들/세월이 여류(如流)하여 오늘 당(當)했네/보내는 자 가는 자 피차(彼此) 나뉘니/석별(惜別)하는 회포(懷抱)는 가이없도다"이다. 어투가 생경하고 한자어를 빈번하게 사용하여 노래에서 지금의 정서와는 다른 시대적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시간이 흐르면서 졸업과 관련된 새로운 노래들이 나왔고, 세대에 따라 즐겨 부른 노래도 다르다. 1967년의 영화 '언제나 마음은 태양(To Sir with Love)'에 나오는 동명의 주제가와, 1976년에 한국과 홍콩이 합작한 영화 '사랑의 스잔나'의 주연 진추하가 작곡하고 노래한 '졸업의 눈물(Graduation Tears)'을 들으며 아련한 향수에 빠지는 사람이 한둘이 아닐 것이다. 본명인 '이지은'을 노랫말에 넣어 아이유가 부른 '졸업하는 날'(2009년)이나 초등학교 교사이자 래퍼인 달지의 '다시 만날 때'(2018년), 간디 학교의 교가인 '꿈꾸지 않으면' 등도 졸업식에 어울리는 노래다.

015B가 1991년 발매한 2집 음반에 수록된 '이젠 안녕'은 전문적으로 음악을 할 생각이 없던 그들이 음악과 진짜 안녕을 고하겠다며 만든 노래다. 하지만 그들은 여전히 음악을 하고 있고, 그들의 의도와 달리 '이젠 안녕'은 현재까지도 졸업식에서 가장 많이 불리는 노래가 되었다. 015B의 장호일씨의 말처럼 노래도 사람도 어찌할 수 없는 나름대로의 운명이 있나 보다.

각급 학교에서 졸업식이 한창인 때다. 코로나 이후 3년 만에 대면 졸업식이 열린다는 소식도 들려온다. 마침은 시작의 다른 이름이고, 하나가 닫히면 또 다른 하나가 열린다. '이젠 안녕' '졸업하는 날' '다시 만날 때'의 노랫말처럼, 안녕은 영원한 헤어짐이 아니니 나쁜 날보다 좋은 날이 많기를, 졸업하는 모든 이들의 진심이 세상에 닿기를 바란다. 기고자 : 장유정 단국대 자유교양대학 교수·대중음악사학자
장르 :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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